도시바-WD 합의점 마련에 고심…WD 인수까지 과제는 여전

김지희 기자
입력일 2017-05-25 15:32 수정일 2017-05-25 16:55 발행일 2017-05-25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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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시바 본사 전경.(연합)

도시바의 반도체 부문 자회사 도시바메모리의 매각을 두고 치열하게 대립해온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WD)이 합의점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시바 쓰나카와 사토시 사장과 WD 스티브 밀리건 최고경영자는 전날 2차 수뇌부 회동을 갖고 WD측 중재 요청으로 발목이 잡힌 매각 절차를 재개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WD는 도시바메모리 주식 담보 설정 건에 동의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며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WD는 지난 16일 도시바가 앞선 경고와 달리 욧카이치 공장에서 근무하는 자사 기술자를 퇴출하지 않자 이에 화답, 도시바의 주거래은행들이 도시바메모리 주식을 담보로 설정하는 데 동의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는 그간 WD의 거부로 7000억 엔 규모의 융자를 받지 못해 자금 압박이 심각해진 상황이다.

이에 도시바도 WD에의 매각을 검토하겠다며 종전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섰다.

다만 웨스턴디지털이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하려면 각국의 ‘독점금지법’ 심사를 넘어서야 한다는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WD가 단순 매수에 나설 경우 독점금지법 심사가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내년 3월까지 모든 매각 절차를 완료해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도시바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인수 금액도 문제다. 도시바는 당초 최소 매각 금액으로 2조엔을 제시한 바 있으나, 현재까지 WD가 제안한 금액은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이날 도시바는 2차 입찰에서 2조엔 이상의 입찰액을 제출한 업체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이날 도시바는 지난 19일 마감한 2차 입찰에 미국 브로드컴, 미국계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한국 SK하이닉스, 대만 훙하이정밀공업 등 4곳이 참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업체별 구체적인 입찰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어 도시바는 이들 4곳과의 공식 매각 절차와는 별도로 WD와의 개별 협의도 진행한다고 밝혔다.

김지희 기자 je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