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북, ‘대화 재개’ 조건 ‘기싸움’

라영철 기자
입력일 2017-05-13 16:53 수정일 2017-05-13 17:23 발행일 2017-05-13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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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방문 후 베이징 공항에 나타난 최선희
노르웨이에서 열린 북미 간 비공식 채널인 1·5트랙(반관반민) 대화를 마친 최선희(왼쪽)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이 12일 북한으로 돌아가기 위해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에 입국했다. [연합]

한국의 새 정부출범 이후 한국과 미국, 북한이 대화 재개 문제를 놓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최근 노르웨이에서 미국 전직 고위 인사들과 1.5트랙 협의(반관반민)를 진행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 국장은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여건이 되면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책임 있는 북한 관리가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앞서 미국이 밝힌 ‘적절한 상황’과 북한이 생각하는 ‘여건’은 판이하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정부는 ‘북핵 문제의 진전’을 대화를 재개할 ‘적절한 상황’으로 보는 반면,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가 대화 재개를 위한 ‘여건’이라고 여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충돌’과 ‘대화’라는 중대 기로에 선 한반도 정세를 놓고 북미가 일종의 기싸움과 탐색전을 벌이는 양상이지만, 대화 재개 조건을 두고 북미간 견해차가 큰 만큼 대화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미 간 이런 이견을 조율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역할을 할 수 있을 지도 관심이다.

과거 참여정부에서 남북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 진전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한 만큼 문재인 정부도 이런 기조로 북·미 간 중재 노력을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 국장이 이날 문재인 정부에 대해 “지켜보겠다”고 말한 것도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미국과 북한 모두 문재인 정부의 구체적인 대북정책 방향이 나오길 기다리며 당분간 탐색전을 계속할 가능성이 커지만, 일각에선 북한이 저강도 도발로 문재인 정부를 테스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 당국자는 “지금은 미·중의 압박으로 고강도 도발은 어렵겠지만, 탄도미사일 발사 등으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1차로 시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다음 달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이 북핵문제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라영철 기자 eli700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