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트럼프, 누가 먼저 김정은 만날까? … 남북정상회담 놓고 한미 물밑 갈등 가능성

안준호 기자
입력일 2017-05-13 12:26 수정일 2017-05-13 13:25 발행일 2017-05-13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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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호주 총리와 통화<YONHAP NO-4344>
향후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미간 공조가 예상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물밑 신경전도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

“미국보다 북한을 먼저 가겠다”고 공약했던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과의 영광스러운 만남’을 언급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두 사람 가운데 누가 먼저, 언제 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날 수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이 13일(한국시간) “문 대통령과 북한과의 대화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적절한 상황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그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12월 기자 인터뷰에서 “미국과 북한 가운데 북한을 먼저 가겠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보수 진영은 물론 미국 정치권도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안보 문제에 관한 한 ‘요주의 인물’이라는 평가가 당연히 뒤따랐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당선 이후에는 정작 숨 고르는 모양새다. 그는 취임사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필요하면 곧바로 워싱턴으로 날아가겠다. 베이징과 도쿄에도 가고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 추진 가능성을 언급하긴 했지만 미국 중국 일본이 먼저 임을 알릴 것이다.

후보 시절 미국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도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국 측과 사전협의 없이 북한과 일방적으로 대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는 “만남을 위한 만남은 하지 않겠다”면서 “북한의 핵폐기 부분을 확실히 하기 위해 김정은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 실무 경험이 풍부한 서훈 국정원장 내정자도 “남북정상회담은 필요하다”면서도 “남북정상회담 얘기를 꺼내는 것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말을 아꼈다. 그는 나아가 “정상회담이 개최되려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북핵문제에 해결의 물꼬가 있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우리 정부 단독으로 당장 북한과의 대화 채널을 여는 것은 어려울 곳이라고 입을 모은다. 문 대통령을 포함한 진보 진영이 늘 ‘자주외교’를 강조하지만, 현재 한반도 상황에서는 한미·한미일 또는 한미중의 ‘협치 외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 제재 공조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주변국 동의 없는 남북정상회담 추진은 불협화음을 불어올 가능성도 있다. ‘코리아 패싱’이 이뤄지지 않도록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변국과의 공조가 절실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런 상황에서 12일(현지시간)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에 좀 더 열려 있다”며 “나는 대화 자체는 개의치 않지만, 특정한 상황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 간 대화 시도에는 반대하지 않으나 적절한 상황, 특히 미국과 협의가 된 상태에서 남북 대회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달라질 대북정책 기조에도 일부 우려를 표명했다. “(문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대북 압박 정책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트럼프는 “한 달이나 두 달 후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고 더 좋은 답변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이 기간 동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상호 의견을 조율하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우리는 그동안 북한 문제를 단호하게 잘 다뤄왔다”고 말해 자신의 페이스대로 북한 문제가 처리되기를 바란다는 간접적인 압박을 가해온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낳고 있다.

앞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상황이 적절하면 영광스럽게 만날 것”이라고 말한 것도, 남북 대화에 자신이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겉으로는 ‘협력’을 얘기하지만, 향후 남북 대화를 추진함에 있어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물밑 갈등 내지 신경전이 예고되는 부분이다.

안준호 기자 MTG1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