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굴기 심상치 않아

김지희 기자
입력일 2017-05-09 16:53 수정일 2017-05-09 16:54 발행일 2017-05-1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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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최근 개발한 그랙픽 D램 제품인 16Gbps 20나노급 8Gb GDDR6 (SK하이닉스 제공)

중국이 ‘반도체 굴기(堀起)’를 통해 한국 반도체 산업을 위협할 조짐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최대 1조 위안(약 165조원)을 투자해 자국산 반도체의 비율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중국 정부는 또 최근 국영기업인 칭화유니그룹에 1500억 위안(약 24조7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중국개발은행과 반도체펀드를 통해 제공되는 투자금 중 일부는 난징 반도체 공장을 설립 등에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이 사들인 반도체 원재료 구매액은 65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액수로만 본다면 대만과 한국, 일본에 이어 4위 수준이지만, 전년 대비 증가율을 기준으로 하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7.3%의 성장률이다. 원재료 구매가 크게 늘었다는 것은 중국 내 반도체 생산이 그만큼 증가했다는 의미다.

중국은 또 ‘인력 빼가기’에 적극 나서면서 국내 반도체 업체들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디지타임스 등 대만 외신 보도에 따르면 대만 TSMC의 전 엔지니어가 반도체 핵심 기술을 빼내 중국 HLMC에 이직하려다 체포됐다.

해당 엔지니어는 28나노 파운드리 공정기술 관련 자료를 빼돌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풍문으로만 떠돌던 중국의 무차별적인 인력 영입이 기정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중국 업체들이 최근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진입을 시도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삼성전자의 인력 유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기술 보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밝힌 바 있다.

이르면 내년이 중국 반도체 굴기의 ‘원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막대한 자금력을 이용해 인력 영입과 기술 개발에 나설 경우 격차가 빠르게 좁혀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지희 기자 je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