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차' 큰 영·호남 사전투표율…대선 승부에 미치는 영향은

라영철 기자
입력일 2017-05-06 08:00 수정일 2017-05-06 09:01 발행일 2017-05-06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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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이틀째인 5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 남영동 사전투표소에 설치된 텔레비전에서 “사전투표자 1천만명 돌파”라는 뉴스 속보가 전해지고 있다. (연합)

제19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율이 26%를 넘어 역대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제20대 총선 때의 누적 투표율 12.2%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4일 오전 6시부터 5일 오후 6시까지 진행된 사전투표에서 총 선거인 4247만 9710명 중 1107만 2310명이 투표에 참여, 잠정투표율이 26.06%를 기록했다”고 5일 밝혔다.

선거인 총 4247만 9710명 중 1107만 2310명이 본 투표일에 앞서 미리 투표에 참여한 것이다.

선관위에 따르면 광역시·도별로 사전투표율이 가장 높은 곳은 세종시로 34.48%를 기록했고, 전남 34.04%, 광주 33.67%의 순이다.

사전투표율이 가장 낮은 곳은 대구로 22.28%에 머물렀고, 부산이 23.19%로 뒤를 이었다. 수도권에서는 서울이 26.09%로 가장 높았고, 경기는 24.92%, 인천이 24.38%였다.

이에 각 당 대선후보가 전국을 누비며 유세전을 펼치는 동안 영·호남의 사전투표율 편차가 극명하게 나타나면서 지역별 사전투표율 편차가 대선 승부에 미치는 영향이 주목된다.

우선 지역별 편차가 나타나는 이유에 대한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온다.

호남지역의 사전투표율이 높은 이유로는 대통령 탄핵 사태를 겪으면서 정권교체의 열망이 투표로 나타났다는 점이 꼽힌다.

또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대선 당일에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던 역대 대선에 비해 이번에는 이미 표심 결정을 한 유권자가 많았다는 분석이다.

반면, 영남지역 사전투표율이 낮은 이유는 후보 선택을 고심하는 부동층이 많다는 점이다.

영남지역 역시 탄핵을 거치면서 보수층의 정치적 실망감과 회의감이 민심이반을 불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떠났던 보수 민심이 돌아서면서 후보 선택을 고심하는 유권자도 늘어났다는 점이 호남지역과 대조된다.

이를 반영하듯 안철수·문재인 후보와 삼분화된 영남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최근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탈환했다.

또한 지난달 치른 4.12 재·보선결과 한국당 후보들의 예상 밖 성과도 영남권 표심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는 호남지역보다 사전투표율이 낮은 이유에 힘을 싣는다.

사전투표의 중요성과 영향력도 강조된다.

20대 총선 당시 역대 최고의 사전투표율을 보였지만, 총 투표율이 중간 수준이었음을 고려할 때 사전투표율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총 투표율이 높아진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최근 다수의 여론조사 결과, 이번 대선의 사전투표율과 실제 투표율이 높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바 19대 대선 총 투표율은 높아질 전망이다.

지금까지 시행한 전국 단위 사전투표는 2014년 6·4 지방선거와 2016년 4·13 총선이었다. 두 선거의 최종투표율은 사전투표율의 약 5배가 됐다.

6·4 지방선거 사전투표율은 11.5%, 4·13 총선 사전투표율은 12.2%였고, 최종투표율은 각각 56.8%와 58.0%로 집계됐다.

그간 치른 대통령 선거에서 최고 투표율은 제13대 대선의 89.2%다. 14·15대는 각각 81.9%, 80.7%로 80%를 넘겼다.

16대(70.8%), 17대 (63.0%), 18대 (75.8%) 대선 때는 80% 벽을 넘지 못했다. 선관위는 이번 대선에서 80%를 넘는 최종투표율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사전투표제가 대선에는 처음 도입된 터라 대선 승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무엇보다 조직적·자발적으로 이뤄지는 사전투표의 특성상 공휴일인 선거 당일 휴가나 나들이 계획으로 투표를 하지 못하는 유권자와 젊은층의 투표 참여를 늘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사전투표의 영향은 클 수 밖에 없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게다가 사전투표일 이틀(4~5일)과 본 투표 하루(9일)를 더하면 사실상 대선 투표는 3일간 이뤄지는 셈이다.

앞서 미국의 경우에는 2000년에 사전투표제가 처음 도입된 이래 꾸준히 사전투표율이 상승하면서 직전인 45대 대선(도널드 트럼프 당선) 때는 40%의 투표율을 나타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 당선 때는 사전투표가 상당한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 바 있다.

따라서 사전투표가 정치 소외 계층의 정치 참여를 이끄는 점에서 이번 대선에서의 부동층과 보수층 표심 향배가 더욱 주목되고 있다.

라영철 기자 eli700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