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파 폭탄’ 껴안은 홍준표…막판 대선판 흔드나

라영철 기자
입력일 2017-05-02 16:02 수정일 2017-05-02 16:02 발행일 2017-05-02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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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운영 비전 발표하는 홍준표 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국정운영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

바른정당 비유승민계 의원들이 집단 탈당해 자유한국당 복당과 홍준표 후보 지지를 선언한 가운데 종반전을 향한 대선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이들의 한국당 합류가 홍 후보의 대선 레이스에 탄력을 붙일 수 있을지, 친박계와 일부 보수층이 거세게 반발하는 만큼 갈 길 바쁜 홍 후보의 발목을 잡을지 주목된다.

앞서 탈당파인 권성동 의원은 국회 탄핵소추위원장으로 박 전 대통령 탄핵 절차를 주도해 이끌었고, 김성태 의원은 국회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위 위원장으로서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다. 여기에 장제원·황영철 의원은 청문회 스타로 각인될 만큼 국정조사 특위에서 박근혜 정권 비판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그동안 한국당은 일관되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고, 홍 후보 역시 “사법적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이라며 당선된다면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시사하는 등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과 행보를 달리 했다는 점에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바른정당 소속 14명 의원들은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은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안보가 위급하고 중차대한 때”라며 “이런 때에 보수 대통합을 요구하는 국민적 여망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탈당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7일 앞으로 다가온 선거에서 홍준표 후보 승리를 위해 보수가 대통합 해야 한다”며 “친북좌파 패권세력의 집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후보는 역시 이날 서울 마포구 잭비님블 공연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로서는 대통합이 돼서 대선에 임하는 게 좋다”면서 “대선 때 니편 내편을 가르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바른정당 13명, '다시 자유한국당으로'
바른정당 13명, ‘다시 자유한국당으로’ (연합)

그러나 당장에 자유한국당 안팎에서는 거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당 친박계 의원들은 이날 “원칙도, 명분도 없다” “처절한 반성부터 하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태극기 집회를 주도한 김진태 의원은 “나갈 때는 자기들 마음대로 나갔지만 들어오는 것은 마음대로 안 된다”면서 “홍을 지지하고 싶으면 백의종군하고 입당은 대선 이후 당원들의 뜻을 물어보고 결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도 페이스북 글을 통해 “모든 일에는 절차와 순서가 있기 마련인데 선거판이 급하다고 야밤에 바른정당 몇몇 의원을 불러내 꼬시듯 지지선언을 유도한 건 정치 도의와 어긋난 처사”라면서 “오히려 홍 후보가 배신에 배신을 부추긴 셈”이라고 홍 후보에게 비난의 화살을 날렸다.

이는 바른정당 탈당 의원들의 명분이 없는데다 박 전 대통령 탄핵안 국회 가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홍 후보 지지층 갈등과 이탈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로 해석된다.

태극기 세력인 ‘탄기국’도 강하게 반발했다.

정광용 박사모 회장은 이날 박사모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홍준표의 한국당은 탄핵 찬성당이 됐고 태극기 세력의 공적이 됐다”고 비판했다.

조원진 새누리당 대선후보도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한국당 당사 앞 비판 유세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홍 후보가 공 들였던 태극기 세력이 떠날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홍 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앞질러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양강구도 형성을 위한 절호의 계기가 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수도권과 강원, PK(부산·경남) 지역 국회의원들인 이들의 합류가 홍 후보의 상승세에 탄력을 붙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선 구도를 보수 대 혁신으로 규정해 안 후보와 보수 결집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홍 후보가 보수표의 최종 선택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원진 후보를 비롯한 탄기국 세력이 선거 막판에 홍 후보에 대한 지지 가능성을 크게 낮췄다는 주장과 보수적자 경쟁을 벌이던 홍 후보에게 보수 표심이 더 쏠릴 것이란 주장이 배치되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정치권 관심은 바른정당 의원들의 집단 탈당 및 홍 후보 지지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 구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쏠린다.

라영철 기자 eli700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