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인수전'에 복잡해진 日… 후지쯔 합류 가능성에 '웃고' WD 반대에 '울고'

김지희 기자
입력일 2017-04-30 17:19 수정일 2017-04-30 17:21 발행일 2017-05-0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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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도시바 본사(연합)

일본 도시바의 반도체사업 부문 매각작업이 2차 입찰을 앞두고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미국 투자 펀드 등으로 구성된 ‘미·일 연합’에 후지쯔 등 일본 기업들의 참여를 요청한 가운데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합작회사를 통해 소유한 지분을 앞세워 제3자 매각에 발목을 잡고 있다.

30일 후지TV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로부터 미일 연합전선에의 합류를 요청받은 다나카 다츠야 후지쯔 사장은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며 유연한 입장을 내보였다. 일본정부의 미일연합 참여요청에 후지쯔가 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일연합은 도시바의 기술의 해외 유출을 방지하려는 일본 정부의 의도를 반영해 결성된 것으로 일본 민·관 펀드인 산업혁신기구와 일본정책투자은행, 미국 투자펀드 KKR 등이 포함돼있다. 후지쯔를 비롯한 일본 기업들이 참여가 확정될 경우 미일 연합의 인수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미·일 연합은 1조8000억엔 규모로 이달 중순 2차 입찰에 참여할 예정이다.

WD는 도시바와 합작회사 지분을 반도체 자회사인 도시바메모리로 이관하는 데 동의하지 않으며 매각에 제동을 걸고 있다. 도시바는 WD와의 합작회사인 ‘플래시 포워드’를 통해 도시바메모리의 주력 생산라인인 욧카이치 공장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도시바는 자사 소유 지분 50.1%를 도시바메모리로 이미 이관한 상황이지만 플래시 포워드가 소유한 나머지 지분에 대해서는 WD 측 승낙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대로라면 도시바 메모리 입찰이 성립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만 훙하이그룹(폭스콘)의 궈타이밍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남을 위해 백악관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궈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미국내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는 대신 중화권 기업의 도시바 인수에 반감을 가진 일본 정부 설득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미일연합, 홍하이그룹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피면서 인수 가능성을 높이는데 주력하는 동시에 별도로 국내에서 낸드 메모리 투자를 강화하는 투트랙작전을 펼칠 방침이다.

김지희 기자 je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