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소리없는 미래설계자' 최태원 SK회장, 제2의 경영전성기

박종준 기자
입력일 2017-04-25 14:27 수정일 2017-04-25 15:48 발행일 2017-04-2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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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제공=SK그룹)

“최태원 회장과 경영진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딥 체인지(Deep Change)’를 통해 체질 변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SK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을 1분기에 역대 세 번째로 영업이익에서 1조 원을 돌파한 배경 중 하나로 ‘최태원 회장’을 꼽았다.

사실 오너 중심의 국내 대기업집단에서 실적 등의 성과에서 총수나 오너를 언급하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지만, SK그룹의 경우는 양상이 다소 다르다. 근간에 최 회장이 지난 2015년 9월 경영복귀 이후 김준 총괄사장 등 전문경영인들과 함께 시설투자 등 장단기 경영구상을 꼼꼼히 챙기고 있다는 점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2조4676억 원(영업이익률 39%)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의 이번 호실적인 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메모리 수요 강세 및 가격 상승 등을 주요인으로 꼽고 있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면 최 회장이 그동안 이른바 ‘뚝심경영’으로 반도체 사업에 공들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최 회장은 지난 2012년 주변에서조차 말리던 SK하이닉스를 인수한 후 2011년 8340억 원(매출액 대비 8%)에 불과하던 연구개발비를 2016년 2조 967억 원(매출액 대비 12%)까지 늘렸다. 또한 메모리반도체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올해 사상 최대 7조 원을 투자키로 했다. SK에 편입되기 전 투자금(3조 5000억 원)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이 과정에서 그는 2013년에 메모리 반도체 분야 최고 기술전문가였던 박성욱 현 부회장과 이석희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를 미래기술연구원장 전무로 영입하는 한편 2012년 이탈리아의 ‘아이디어플래시’와 미국의 ‘LAMD’, 2014년 벨라루스의 ‘소프텍’ 등을 인수해 반도체 경쟁력을 단숨에 끌어올렸다.

그 결과 SK그룹 내 ICT 계열사(SK텔레콤, SK하이닉스, SK㈜ C&C, SK플래닛)는 매출 37조 4000억 원과 수출 17조 원의 성과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 편입 이전인 2011년 ICT 계열사 매출(17조 6000억 원) 보다는 2.1배 늘었고, 2011년 수출(1300억 원) 보다는 무려 127배 늘어난 것이다.

또한 최태원 회장은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에 대해 △2011년에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등을 자회사로 둔 사업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함과 동시에 수익구조 다변화를 위해 화학 사업 등을 중심으로 4조원 가량 투자했다. 중국 시노펙과 합작한 중한석화를 비롯 일본 JX에너지와 손잡은 울산 아로마틱스, 스페인 렙솔사와 제휴한 ILBOC 등을 통해 석유화학 사업을 업그레이드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SK그룹은 올해 초 6200억 원을 들여 LG실트론을 인수한 데 이어 2월에는 미국 화학업체 다우케미컬의 고부가가치 화학사업 중 하나인 에틸렌 아크릴산(EAA) 사업을 3억 7000만 달러(약 269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SK하이닉스는 현재 일본 반도체 업체인 도시바 인수전에도 뛰어들어 ‘반도체 굴기’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의 호실적 구가는 물론 SK그룹이 지난해 2에너지, 화학과 ICT 등 전체 수출액은 524억 달러로, 전체 우리나라 수출액의 11%를 차지하는 게 된 밑바탕이 되고 있다. 이는 과거 이건희 삼성 회장이 최 회장의 아버지인 고 최종현 회장에게 붙여준 ‘10년을 소리 없이 준비하는 미래 설계자’라는 별명이 오보랩된다.

박종준 기자 jjp@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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