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도시바 인수 위한 실탄 장전?.. 美 사모펀드 손잡나

김지희 기자
입력일 2017-04-19 16:29 수정일 2017-04-19 16:29 발행일 2017-04-2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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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일본 도시바의 반도체부문 자회사인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위해 미국계 사모펀드(PEF) 베인캐피털과 컨소시엄을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베인캐피털과 도시바 인수전에 함께 참여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사는 지난주 일본에서 열린 도시바 경영진 프레젠테이션에도 이미 함께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도시바 인수전에 필요한 자금이 20조원에 달할 것이란 예측이 나왔을 당시부터 SK하이닉스는 재무적 투자자 등과의 제휴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SK하이닉스의 현금성 자산은 약 4조원이어서 도시바 인수에 단독 입찰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자금력과 더불어 일본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베인캐피털은 SK하이닉스의 좋은 파트너가 될 전망이다.

1984년에 설립된 베인캐피탈은 세계적 사모펀드 중 하나로 현재 관리자산이 약 750억 달러(약 85조5000억원)에 달한다. 베인캐피털 입장에서도 메모리반도체, 특히 낸드 관련 기술을 보유한 SK하이닉스는 꼭 필요한 파트너에 해당한다.

도시바 인수 이후를 고려하더라도 SK하이닉스의 경영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점도 긍정요인으로 꼽힌다. 베인캐피털은 일본 최대 패밀리 레스토랑인 스카이락, 일본 도미노피자, 일본 풍력개발 등에 투자한 경험이 있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일본계 재무적 투자자(FI)를 추가로 끌어들이게 되면 ‘한·미·일’로 이어지는 다국적 연합군 구성이 이뤄져 도시바 인수에 더욱 근접해질 수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입찰(바인딩)이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달라질 것”이라며 도시바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보인 바 있다.

특히 4개월여 동안 출국금지 조치로 해외에 나갈 수 없었던 최태원 회장이 17일 불기소 처분을 받으면서 첫 행선지로 일본을 택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도시바 인수건이 현재 SK그룹의 최우선 과제로 꼽히는 만큼 시일 내로 최 회장의 일본 방문이 성사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내달 본입찰이 예정된 탓에 일본을 방문할 가능성도 높다.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털과의 협력을 진행되면 본입찰에서 인수가를 크게 높일 가능성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9일 열린 예비입찰에 1조엔(약 10조원) 이상의 금액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가장 높은 입찰금액은 대만 훙하이그룹이 제시한 3조엔에 훨씬 못미친다.

한편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이 글로벌 반도체 업계 순위를 재편할 만큼 판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SK하이닉스, 미국 브로드컴과 함께 유력 인수 후보군으로 꼽히는 대만 훙하이그룹은 이미 인수한 일본 샤프까지 동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도시바와 합작해 욧카이치 반도체공장 운영에 참가해 온 미국 웨스턴디지털도 양사가 합의하지 않은 제3자 매각시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며 매각작업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김지희 기자 jen@viva100.com

SK하이닉스 작년 영업이익 5조1천억원<YONHAP NO-2072>
SK하이닉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