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도시바 예비입찰 ‘낸드 영향력 확대’ 기폭제 될까

한영훈 기자
입력일 2017-03-29 17:01 수정일 2017-03-29 18:52 발행일 2017-03-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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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메모리 반도체 분야서 세계 2위를 달리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일본 ‘도시바’의 메모리 반도체 부문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낸드플래시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재 메모리 반도체 사업 매출 구조가 D램 위주로 집중된 상황 속에, 다소 약체로 지목되는 낸드플래시 근력 강화를 통한 ‘균형 맞추기’에 나선 것이다. 도시바는 낸드플래시 시장서 세계 2위의 점유율을 기록 중인 거물급 기업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일본의 재무적 투자자(FI)들과 손잡고 도시바 반도체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향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낸드플래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시장조사기관 IHS테크놀로지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시장은 지난해 8200만GB(기가바이트)에서 오는 2020년 5억 800만GB로 연평균 44%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낸드플래시를 채용한 저장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는 최근 저장장치 시장이 하드디스크(HDD)에서 SSD 중심으로 바뀌면서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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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낸드시장서 SK하이닉스의 점유율(4분기 기준)은 5위권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D램 시장서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과는 다소 차이가 나는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이번 도시바 인수전 참여가 향후 낸드시장서 분위기 반전을 노릴 ‘터닝포인트’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7.1%로 1위를 달리고 있으며, 도시바는 18.3%의 시장점유율로 2위를 기록 중이다. 만약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자로 선정된다면 산술적으로는 삼성전자와 엇비슷한 수준의 점유율을 확보하게 된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실사 등을 통해 도시바의 기술력이 어디까지 왔는지 꼼꼼히 따져본 후 최종 인수를 결정할 방침이다. 낸드 기술 흐름이 평면 형태인 2D(차원)에서 수직적층형 3D 기술로 옮겨갔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만약 SK하이닉스가 필요로 하는 3D 낸드 관련 기술력을 도시바가 보유하고 있지 않을 경우, 굳이 막대한 자금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무리할 필요는 없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SK하이닉스는 이번 도시바 입찰전 참여 외에도 낸드 시장서 영향력을 키워나가기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고민 중이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2조 2000억원을 투자해 충청북도 청주에 공장 증설을 결정했다. 신규 라인에서는 3D 낸드플래시 메모리가 주로 생산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3D 낸드 제품을 생산할 때 2D 제품 생산 시보다 장비가 대형화되고, 필요대수도 많아진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낸드플래시 시장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선) 생산기반의 선제적인 확보가 필요하다”며 “통상적으로 반도체 공장 건설에 2년 이상 장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번 증설 투자가 중장기적 낸드플래시 경쟁력 향상의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영훈 기자 han00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