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인수전’ 입찰 제한 가능성에 한·중·미 복잡해진 셈법

한영훈 기자
입력일 2017-03-14 19:01 수정일 2017-03-14 19:01 발행일 2017-03-14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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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일본 도쿄도 미나토구 소재 도시바 본사 건물 모습 (사진=연합)

일본 정부가 ‘기술 유출’ 등을 우려해 중화권에 도시바 반도체 사업을 매각하는 것에 대해 난색을 표하면서, 각국 IT기업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당초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홍하이-SK하이닉스 간의 연합 가능성도 장담하기 힘들어졌고, 미국 기업이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도시바의 지분매각 규모가 절반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반도체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와 홍하이의 교감설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러한 주장에는 홍하이그룹과 SK그룹 간 기존 협력관계를 비롯, 양사 총수 간 친분 두터운 점 등이 근거로 작용했다. 여기에 도시바메모리 인수 금액이 최대 25조 원에 달해 독자 인수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연합설에 더욱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최근 일본 정부가 기술유출과 안보 위협을 이유로 도시바 인수전 입찰 기업을 제한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도시바라는 대어를 낚기 위한 ‘홍하이’와 ‘SK하이닉스’ 간의 눈치싸움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디지타임즈 등 대만 현지 언론은 지난 7일(현지시간) “홍하이가 같은 대만 기업인 TSMC와 도시바 반도체 부문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고 보도했다.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9일 니혼게이자이 등 일본 매체들은 “홍하이가 TSMC에 이어 SK하이닉스와의 공동출자를 타진 중”이라고 전했다. 홍하이가 SK에 다시 손을 내미는 데는 도시바메모리를 중화권 기업에 넘기기 꺼려하는 일본 내 여론을 의식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SK하이닉스의 셈법도 복잡하다. SK하이닉스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4조원 규모다. 도시바의 낸드플레시 반도체 기술을 확보해 삼성전자를 추격하기 위해서는 타 업체와의 ‘연합’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인수 이후를 생각하면 홍하이와 손을 잡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향후 사업 주도권 등을 두고 양측이 다툼을 벌이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SK가 사모펀드(PEF) 구성이나 재무적투자자(FI) 유치를 중심으로 부족한 자금을 마련하고 인수에 나서는 방안이 합리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이번 도시바 인수전에서 미국 기업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10일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중화권 기업보다는 미국 기업을 적합한 인수자로 보고 있다.

도시바가 자회사 미국 원전 설계업체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 파산 신청을 고려 중이라는 점도 반도체 사업부를 미국 기업에 매각하려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파산 과정에서 웨스팅하우스 원전사업에 83억달러 규모의 채무 보증을 선 미국 정부와의 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교환’ 형태로 반도체 부문을 미국에 넘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현재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 입찰에 참여한 미국 기업으로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베인캐피탈 등이 거론된다.

김지희 기자 je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