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배꽃같은 아내, 네 딸과의 추억… 가족 사랑 고스란히 '김창주와 네 딸들'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7-03-06 07:00 수정일 2017-03-06 11:28 발행일 2017-03-0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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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보기 아까운 히든콘] '고도원의 아침편지' 프로젝트 가족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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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이던 1964년 아내 노선자씨는 남편 김창주씨에게 탐스러운 네 송이 장미로 장식한 생일축하 카드를 전했다. 그리고 1967년 결혼해 장미꽃과도 같은 네 딸 상희·상아·은경·윤경을 낳았다. 

‘김창주와 네 딸들’은 그 김창주씨와 네 딸이 엮은 가족자서전이다. 김창주씨의 팔순, 아내 노선자씨의 8주기를 맞아 쓴 책이다. 2001년 8월 1일부터 매일 아침 이메일로 좋은 글과 그 글에 대한 단상을 곁들여 배달되던 ‘고도원의 아침편지’에서 시작한 자서전 출간 프로젝트의 첫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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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주씨는 고려대학 재학시절 11대11 산행미팅에서 만난 아내 노선자씨를 ‘배꽃’ 같다고 추억했다. 

김창주씨가 쓴 첫장 ‘가족의 탄생’에는 그 첫 만남부터 ROTC 장교시절 근무지역을 이탈해 노선자씨의 이화여대 졸업식에서 한 고백, 김재규 중앙정보부장과의 인연, 화이트 크리스마스 이브의 결혼식, 네 딸을 키우면서 맛본 소소한 행복 등을 담고 있다. 

이어 네 딸들의 자기소개까지 담은 ‘가족의 탄생’을 시작으로 ‘엄마 우리 엄마’, ‘그리움이라는 노래’, ‘아빠하고 나하고’ 총 4장으로 구성됐다.

‘엄마 우리 엄마’에는 네 딸들이 전하는 엄마에 대한 추억과 사랑, 존경이, ‘그리움이라는 노래’에는 아내를 향한 남편 김창주씨의 애틋한 마음이, ‘아빠하고 나하고’에는 아빠에 대한 네 자매의 기억이 고스란히 담겼다.

마지막 장에는 사위들, 손주들 그리고 큰딸 상희씨의 추억이 담긴 레시피로 꾸린 ‘찬조출연’ 코너에도 사랑이 넘친다.  

여타의 자서전처럼 자기애가 넘쳐나거나 위대한 업적 혹은 혼자만 서글픈 고생담을 읊지는 않는다. 더불어 자신들만 아는 이야기로 빼곡하지도 않다. 

올곧고 성실한 아버지, 어려운 형편에도 내색하지 않고 내조와 육아에 최선을 다하는 어머니, 사랑스러운 네 딸들, 그들의 다복한 가족사에는 사랑과 희생 그리고 한순간의 실수, 떠난 후에야 깨닫는 소중함과 후회, 먼저 떠난 가족에 대한 그리움 등 누구나 가족에게 품는 감정들을 담고 있다.  

아직 결혼 전인 막내딸과 마을버스 세 정거장 거리를 걸어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돌아오며 떠올리는 먼저 떠난 아내, 혼잣말로 무정하게도 혼자 가버린 아내에 대한 불평을 되뇌면서도 섭섭할지도 모를 딸을 위해 “오늘 너무 좋았다”고 외치는 아빠의 거짓말은 서글프지만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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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 때문에 엄마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키지 못해 후회하는 셋째 딸 은경씨, 장모가 돌아가셔도 마감이 안되면 퇴근할 수 없는 남편의 직장인 군대에 대한 원망을 풀어 놓는 장녀 상희씨, 몸을 씻고 양치질을 하며 마지막을 준비하는 엄마의 마지막을 지켜본 둘째 상아씨, 출장 중 엄마의 죽음을 알게 된 막내 윤경씨의 회한, “당신 집에 가”라는 아내의 마지막 말에 대한 김창주씨의 원망 등은 여섯 가족이 얼마나 서로를 위하고 사랑했는지를 가늠케 한다.

편집을 담당했던 막내딸 윤경씨는 아버지는 요즘 책을 읽은 지인 분들이 주시는 전화 받는 재미에 활기찬 하루를 보내고 계시다책 만드는 과정에서 서로의 몰랐던 모습과 마음을 발견하고 더 많이 사랑하고 이해하게 됐다. 더 많은 가족들이 용기내서 가족의 역사책을 만들어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막내 딸 김윤경씨가 편집자를 자처해 꾸려진 책의 만듦새나 어조는 어설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가족에 대한 사랑과 정성, 그리움은 꼭 우리를 닮아 있다. 마지막 장을 장식한, 오래 전 가족이 꿈꾸던 ‘사랑의 동산’을 그린 장녀 상희씨 둘째 딸 윤지의 그림이 정겹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