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만은 17일(현지시간) 미국 스탬포드시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삼성전자와의 합병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정부기관의 승인을 거쳐 늦어도 올 3분기까지는 인수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당초 일부 주주가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하만 경영진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내는 등 주총 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제기돼 왔다. 또한 최근 그룹 총수가 뇌물 등의 혐의로 구속돼 주주 여론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번졌다.
그러나 일정대로 하만 인수 절차가 진행되면서, 총수 공백의 위기에 몰린 삼성전자로서는 그나마 한숨을 돌리게 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에 따르면 이날 주총에는 보통주 약 6988만주 중 약 4946만주의 주주(70.78%)가 참여했다. 찬성 4700만주(67%), 반대 210만주, 기권 43만주로 큰 무리 없이 통과됐다.
거래금은 총 80억 달러(9조2000억원)로, 국내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 사례로는 최대 금액이다. 앞으로 남은 절차는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한국의 반독점규제 당국의 승인이다.
EU와 중국은 하만 제품이 주로 판매되는 고객사 시장이기 때문에 반독점규제를 따질 수 있지만 삼성전자가 전자분야에서는 신생주자인 만큼 독점 이슈에서는 자유롭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삼성전자는 2015년 12월 전장사업팀을 신설, 전장사업을 미래먹거리로 보고 투자해왔다. 하만은 인수 후에도 삼성전자의 자회사로서 현 경영진에 의해 운영될 예정이다.
하만은 인포테인먼트, 카오디오 등 전장사업 전문기업으로 1956년 오디오 기업으로 출발해 1995년 독일의 베커 사가 인수하면서 전장부품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2015년 매출은 69억1000 달러, 영업이익은 6억8000 달러에 이르며 매출의 65%는 전장사업에서 얻고 있다. 전장사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9%에 이른다. 2025년에는 1029억 달러로 스마트카 전장 시장의 55%를 차지할 것으로 점쳐진다.
박준호 기자 ju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