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1조' 현대건설의 진짜 효자는 현대엔지니어링

이기영 기자
입력일 2017-02-17 11:10 수정일 2017-02-17 11:10 발행일 2017-02-17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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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률 7%, 순이익률 4.6%의 우량건설회사
시장다변화와 사업다각화를 통한 리스크 최소화가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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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크메니스탄 에탄크래커 PE·PP 생산설비 프로젝트 전경. 투르크메니스탄 서부 연안 키얀리에 가스분리 및 에탄크래커 설비 등을 포함한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총수주액 29억9000만 달러에 이른다. 2017년 9월에 준공될 예정이다. (사진 현대엔지니어링 제공)

2016년 대형건설사의 잠정실적 발표에서는 업계 맏형인 현대건설(대표 정수현)이 주인공이었다. 건설업계에서 유일의 영업이익 1조 클럽 가입, 영업이익 5% 이상 등 괄목할 성과로 건설업계의 자존심을 세웠기 때문이다.

영업이익 1조 원은 우리나라 건설 역사상 처음이라는 커다란 의미를 지니지만, 그보다 해외건설에서 대규모 손실을 보고 국내 토목 등 공공공사에서 이익이 거의 나지 않는 현재의 건설업 구조에서 5%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냈다는 것은 건전성 측면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현대건설은 공시를 통해 2016년 매출 18조 7445억원, 영업이익 1조 527억원, 순이익 650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수주액은 21조 2295억 원으로 2위인 GS건설의 2배에 달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 줄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오히려 증가해, 내용면에서는 개선된 모습을 보인다. 현대건설의 영업이익률은 2015년 5.2%에서 2016년 5.6%로 0.4%포인트 올라갔으며, 당기순이익률은 3.1%에서 3.5%로 역시 0.4%포인트 올라갔다.

현대건설이 이러한 괄목할 만한 실적을 낸 뒤에는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대표 성상록)이란 효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이 지분 38.62%를 가진 종속회사다.

2015년 실적을 보면 매출 7조 3485억원에 영업이익 4430억원, 순이익 3292억원을 기록해 영업이익률 6%와 순이익률 4.5%를 기록했다. 2016년 3분기까지 누적수치를 보면 매출 4조 8681억원, 영업이익 3407억원, 순이익 2231억원으로 영업이익률 7%에 순이익률 4.6%를 기록했다.

현대엠코와 합병하기 전인 2013년에는 영업이익률 10.1%에 순이익률 8.4%를 기록하여 제조업 중에서 우량회사인 삼성전자의 2016년 영업이익률 15%와 현대자동차 5.5%에 견줘도 전혀 손색 없는 실적을 보여준 바 있다.

모회사인 현대건설이 개별회계 기준으로 2016년 영업이익률 4.7% 순이익률 2.5%를 나타난 것과도 차이를 보인다.

현대건설 실적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여부분을 보면, 2016년 3분기까지의 누계 기준으로 매출에 있어서는 36.2%를 차지하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의 비중은 각각 45.4%와 57.1%를 차지했다. 2015년 역시 영업이익 9866억원 중 현대엔지니어링 몫이 45%인 4430억원이었다. 순이익은 5840억원 중 56%인 3292억원이었다.

수주실적 순위도 현대엔지니어링을 별도로 살펴볼 경우 9조 1026억원을 기록해 9조 7972억원을 수주한 대우건설에 이어 6번째에 해당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이러한 안정적인 경영구조는 무엇보다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춰 안정적인 실적을 내는 데 집중한 결과로 보인다.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리스크를 사전에 관리해온 것이다. 근래 세계적인 불황과 저유가의 여파 속에 중동발 플랜트 발주가 급감하는 가운데 중앙아시아(CIS), 동남아시아 등으로의 시장다변화를 일찍부터 추진해 왔다.

실제로 현대엔지니어링은 세계 56개국에 진출해 있는데 중동이 10개국인데 반해 중앙아시아(CIS) 및 아시아 지역 19개국에 진출해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재 중동 아시아 외에도 아프리카 7개국, 유럽 7개국 미주 및 오세아니아 10개국에 진출해 있다. 다른 대형건설사들이 중동에서 집중적으로 겪은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한국신용평가가 2015년 12월에 낸 현대엔지니어링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국내 건설사의 대규모 해외사업 손실을 초래한 중동 화공플랜트 익스포져가 상대적으로 낮은 가운데 채산성이 양호한 착공잔고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2014년 현대 엠코㈜와의 합병을 계기로 합병 전인 2010년 94%이던 플랜트 매출이 2015년 55%로 줄어 사업구조를 건축, 토목 부문으로 다각화하는 동시에 계열매출을 확보하여 영업 기반의 안정성이 우수하다”고 되어 있다.

여기에 “2015년 9월 말 기준 1조 877억원의 부(-)의 순차입금을 보유하고 있어 미청구공사 리스크가 현실화 될 경우에도 이를 일정 수준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2016년 발표 세계 21위, 아시아 3년 연속 1위의 엔지니어링 회사로, 그동안 해외시장 다변화를 통해 해외건설 리스크 최소화에 힘써왔지만 앞으로는 국내 시장의 비중을 점차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힐스테이트’ 브랜드로 공급하고있는 주택사업에서는 지난 3년 간 2만 세대를 공급해 100% 계약을 완료하는 등 주택사업을 통한 이익 창출도 가시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IB업계 관계자도 “현대건설의 든든한 효자노릇을 하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이 한국 건설산업을 내실 있는 산업으로 이끄는 데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한다.

이기영 기자 rekiyoung927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