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밑도는 퇴직연금 수익률… 문제점과 해법은

정다혜 기자
입력일 2017-01-23 18:12 수정일 2017-01-23 18:12 발행일 2017-01-2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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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도입 11년…수익률은 고작 3~4%
원리금보장상품에 편중…저금리와 맞물려 수익성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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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된 지 11여년이 지났지만 물가상승률을 고려했을 때 수익률은 마이너스(-) 수준에 머물고 있다. 

퇴직연금 자산 대부분이 정기예금 같은 원리금보장상품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어 지금 같은 저금리 기조에서 수익률을 올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원리금 보장상품 중심으로 디폴트투자상품을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 DB형 7년 수익률 3~4%대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13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연금제도가 본격 시행될 당시 적립금은 163억원 수준이었으나 11년 새 약 8000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제도 도입 시 노후 소득을 보장할 수 있을 거란 높은 기대와 달리 퇴직연금 수익률은 무척 저조하다. 퇴직연금 적립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확정급여형(DB형) 기준, 지난 7년간 수익률은 원리금보장형의 경우 3~4%에 불과했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했을 때 7년간 수익률이 3~4%에 그친다는 것은 사실상 마이너스라는 의미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지난 2010년 3.0%, 2011년 4.0%, 2012년 2.2%, 2013년 1.3%, 2014년 1.3%, 2015년 0.7%를 나타냈다. 업계 전문가들은 저금리 기조에서 퇴직연금 자산 대부분이 원리금보장상품에 지나치게 편중·투자되면서 운용수익률의 저조로 퇴직연금의 노후자금이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지난해 6월 기준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중 약 90.4%가 예·적금과 같은 원리금보장형으로 운영돼 원리금보장상품의 운용수익률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이태열 보험연구원 실장은 “높은 수익률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퇴직연금 지급 안정성도 고려되야 한다”며 “수익률 못지않게 지급 안정성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디폴트옵션’ 새 해법 부상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중 90% 이상이 원리금보장상품으로 운용되면서 저수익 고착화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장기화된 저금리 기조와 근로자가 모든 운용책임을 지는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비중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디폴트옵션’ 도입이 새로운 해답으로 떠오르고 있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적립금에 대해 특별한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운용회사가 가입자 성향에 맞는 적당한 상품을 투자하도록 하는 제도다. 확정기여형 중심으로 운용환경변화, 영세사업장 근로자의 투자지식 및 운용능력 취약, 원리금보장상품 편중에 따른 수익률 저조 현상 등에 따라 디폴트옵션 도입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달리 기금형이 아닌 계약형제도로 운용돼 근로자와 수탁자 간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투자손실로부터 가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입자보호장치)가 마련되지 않아 디폴트옵션제도를 도입하는데 어려움이 존재한다.

합리적인 디폴트옵션제도를 위해서는 △제도의 성격과 특징을 대면교육을 통해 충분히 인식시키는 가입자 교육의 내실화 △가입자 이익보호 차원에서 수탁자 책임을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에 명확히 규정 △투자위험 관리 위해 수탁기관의 리스크 가이드라인 설정 및 리스크관리평가시스템을 통한 리스크 중심 감독 등이 필요하다.

정다혜 기자 appl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