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취임] 삼성·LG 美 ‘가전 공장 설립’ 카드 만지작

한영훈 기자
입력일 2017-01-21 01:58 수정일 2017-01-21 01:58 발행일 2017-01-20 99면
인쇄아이콘
美中 '하나의 중국' 티격태격 <YONHAP NO-1798 번역> (AP)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연합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가 20일(현지시간) 공식 출범한 가운데,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긴장감이 산업계 전체를 덮치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서 전체 매출의 20~30% 가량을 벌어들이고 있는 가전업계의 경우, 올바른 대응체계 정립을 위해 ‘현지 공장 설립’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으나 선뜻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유세기간 내내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며, 멕시코산 수입제품 관세를 35%까지 높이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같은 공약이 현실화될 경우, 현재 멕시코에 공장을 두고 북미 지역에 무관세로 제품을 수출하던 삼성전자와 LG전자 입장에선 ‘치명타’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양사는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미국에 가전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만약 공장 설립 과정이 진행되면, 미국 내 일자리 창출 등에 기여해 ‘미국 우선주의’를 최우선으로 외치는 트럼프 정부와 우호적인 구축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미국 공장 건설과 관련) 금년 상반기 중에는 어떻게 하겠다는 게 정리될 것 같다”며 “80% 정도는 정리가 됐다”고 말했다. 현재 LG전자는 테네시주 등 한두 곳을 후보지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대표이사(사장)는 “삼성은 추후 상황에 맞춰 유동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양사 모두 미국 공장 건설에 대한 확답을 피하며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라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높은 ‘관세 폭탄’에 대한 부담에도 선뜻 미국 공장 설립 여부를 결정짓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가장 큰 문제는 ‘비용에 대한 부담’이다.

우선 신규공장을 건설하는데 최소 수천억원의 자금이 투입된다는 점 자체가 투자계획을 세우는데 신중을 기하게 만든다.

미국의 높은 인건비도 부담이다. 가전공장 자체가 기본적으로 낮은 임금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인 만큼, 인건비가 높은 미국에서의 공장 운영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현재 삼성과 LG의 가전공장이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 주로 위치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멕시코 공장을 북미ㆍ중남미시장 진출의 전략적 교두보로 활용한다는 전략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 현지 공장 설립을 두고 아직까진 ‘검토 중’이란 입장을 내놓으며 치열한 눈치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상태”라며 “향후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에 따라 대응 체계 구축 움직임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영훈 기자 han00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