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정유년 천하태평을 꿈꾸다

방형국 기자
입력일 2016-12-13 16:46 수정일 2016-12-14 08:59 발행일 2016-12-1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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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형국 사회부동산부장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12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안 가결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 했다. S&P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정책결정에 당분간 지장을 주겠지만 행정부의 스태프들이 효율적이어서 국정운영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S&P는 그러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각종 법안 처리가 지연될 수는 있지만 국가신용이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 덧붙였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다들 누천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국정농단으로 국정이 어수선하고, 국가의 격(格)이 추락하고 있다고 걱정하던 차에 한국경제를 격려해준 것으로 들린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그저께 인사권을 발동, ‘유일호 경제팀’을 유지시켰다. 황 대행은 이날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경제분야는 유일호 경제부총리 중심의 현 경제팀이 책임감을 갖고 대내외 리스크 및 경제 현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금융과 외환시장은 변동 요인이 많은 만큼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중심으로 필요한 조치를 해달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1월 2일 임 위원장을 경제부총리 후보자로 지명한지 40일째 인사청문회조차 치르지 못하고 표류하는 상황에서 경제부총리와 금융위원장 역할을 교통정리해버린 것이다.

유일호 경제팀 유지를 놓고 “황 대행이 대통령이 된 것처럼 인사권을 행사했다”고 비판한 국민의당과 달리 더불어민주당은 유일호 경제팀에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 임종룡 체제로 바꾸는 게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어 불확실성을 제거할 때까지 현 상황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더민주의 동의로 경제부총리 임명을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은 봉합될 것으로 보인다. 다행이다.

유일호 경제팀이 당장 해결해야 할 발등의 불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투자와 소비를 되살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하고, 2년째 줄어드는 수출 원동력을 회복해야 한다. ‘소통의 절벽’에 1년 이상 가로막혀 꼼짝도 못하고 있는 노동개혁 등 경제체질을 바꾸는 일도 급선무다. 이뿐이랴. 국정이 어수선한 때 정권이 바뀌는 미국과 한한령(限韓令·중국 내 한류금지)을 내린 중국, 통화스와프 협상을 거절한 일본 등을 상대로 한 다각적인 경제외교로 대외 불확실성도 진정시켜야 한다. 해는 저무는데, 갈길은 멀고, 국정시스템이 마비되어 있으니 첩첩산중(疊疊山中)에 고립무원(孤立無援)인데, 일모도원(日暮途遠)이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최근 구직자와 직장인 등 12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올해의 사자성어로 ‘혼용무도’(昏庸無道)가 꼽혔다. ‘혼용무도’는 작년에도 교수들에 의해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힌 바 있다. 대한민국은 2년간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의 실정으로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았다. 이제 혼용무도를 마무리하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 그 첫걸음은 경제 되살리기다. 유 부총리는 일을 벌이기 보다는 수습하는 데 능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발등에 떨어진 불을 잘 수습해서 2017년 정유년(丁酉年)의 사자성어로 천하태평(天下泰平)이나 고복격양(鼓腹擊壤), 강구연월(康衢煙月) 등이 선택되면 좋을 일이다. 몸과 마음이 편안한 세상에 굴뚝마다 밥짓는 연기로 구수하고, 저마다 부른 배를 두드리는 그런 한 해를 꿈꾼다.

방형국 사회부동산 부장 bhk@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