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주친화정책 발표에도 시장은 시큰둥

유병철 기자
입력일 2016-11-29 18:08 수정일 2016-11-29 18:09 발행일 2016-11-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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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주 대체로 약세…주요주 급락
-삼성전자, 장중 1.25% 올랐다 상승폭 모두 반납
-삼성물산, 실망매물 폭주에 장중 9%대 하락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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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강화된 주주친화정책을 발표했지만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29일 삼성전자는 전날과 같은 167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주주친화정책 강화, 인적분할에 따른 지배구조개편을 기대하며 1.25% 급등했지만 컨퍼런스콜을 통해 6개월간 검토하겠다는 소식이 나오자 상승폭을 모두 반납했다.

보합으로 마감한 삼성전자와 삼성증권, 삼성화재를 제외하고 증권시장에 상장된 삼성그룹주 13개 가운데 6개가 하락 마감했다. 숫자로 보면 절반이지만 삼성물산은 8.63%가 급락했고, 삼성중공업(-4.00%), 삼성에스디에스(-3.55%) 등도 큰 폭의 약세를 보였다.

시장은 이번 이슈에 대해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주주친화정책 강화보다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분할로 탄생할 지주회사와 합병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제시되던 삼성물산은 장중 9.35% 급락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는 자산배분, 관계자 보유주식, 법안 검토 등 다양한 이슈로 인해 삼성전자 분할 및 지주회사 전환에 대해 약 6개월 가량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분할시 향후 중간금융지주사로 분할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장 초반 박스권에서 움직이던 삼성생명도 분할 기대감이 줄어든 탓에 장중 2.58% 급락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장 막판 낙폭을 줄이며 0.86% 하락 마감했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금융지주사 계열사 지분 요건을 거의 대부분 충족한 상태다. 여전히 전환을 배제하기 어려운 이슈지만 이번에 삼성그룹의 지주사 전환 자체가 6개월 뒤로 밀린데다, 공정거래법이 통과되지 않아 중간금융지주사 전환을 논하기 이르다.

또한 현 시점에선 삼성전자의 분할로 탄생할 지주회사와 삼성물산의 합병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못을 박은 탓에 실망 매물이 쏟아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직 실망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한이 대신증권 연구원은 “분할 전까지 삼성그룹이 주가수준을 유지할 필요성은 지속될 것”이라며 “향후에도 기업구조의 변화와 지주사 전환 방향성에 대한 뉴스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며 관련 종목에 대한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김 연구원은 “지주사 전환은 시가총액과 그룹의 규모가 클수록 규제충족에 부담이 많은 작업”이라며 “지주회사(HC)를 크게, 사업회사(OC)를 작게 분할할수록 합산시가총액의 증가 가능성이 확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삼성물산의 합병계획이 없다는 답변이 나온 것은 삼성물산 투자 심리에 부담”이라면서도 “최근 외부변수들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 삼성물산 기업가치 제고 필요성은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병철 기자 ybsteel@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