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1300조 시대…풍선효과로 2금융권 대출 사상 최대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11-24 14:05 수정일 2016-11-24 18:38 발행일 2016-11-24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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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말 가계신용 1296조…10월 은행 가계대출 포함시 1300조원 이미 돌파
정부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등 8·25 가계부채 대책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 급증세가 계속되면서 지난달 1300조원에 육박했다.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강화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이 어려워지자 3분기 2금융권의 가계대출이 사상 최대인 11조원 넘게 폭증하는 등 이른바 ‘풍선효과’가 더욱 커졌다.

한국은행은 3분기(6~9월) 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이 1295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24일 발표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가계신용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래 잔액기준으로 최대 규모다.

10월 은행권의 가계대출만 해도 7조5000억원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1300조원을 넘어섰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짊어진 빚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통계다.

가계가 은행이나 보험, 대부업체, 공적금융기관 등 금융회사에서 받은 대출뿐 아니라 결제 전 신용카드 사용액과 할부금융 등 판매신용까지 합친 금액이다.

가계신용 그래프
(자료:한국은행)

3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2분기 말 1257조6000억원보다 38조2000억원(3.0%) 증가했다.

3분기의 가계신용 증가액은 2분기 증가액 33조9000억원보다 4조3000억원 많은 수준이며, 사상 최대였던 작년 4분기 증가액 38조2000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작년 3분기 말의 가계신용 잔액 1164조9000억원과 비교하면 1년 새 130조9000억원(11.2%)이나 급증한 셈이다. 1년간 증가액 130조9000억원도 사상 최대다.

판매신용을 제외한 가계대출은 3분기 말 잔액이 1227조9000억원으로 2분기 말보다 36조2000억원(3.0%) 늘었다.

이는 작년 4분기 36조5000억원에 이어 2번째로 큰 규모다.

금융권별로 보면 예금은행은 3분기 말 잔액이 603조9000억원으로 2분기 말보다 17조2000억원이나 늘면서 600조원 선을 돌파했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3분기 중 13조4000억원 증가해 잔액이 433조6000억원을 넘어섰다.

은행의 기타대출은 170조4000억원으로 3분기 중 3조8000억원 늘었다.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농협, 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3분기 말 현재 277조7000억원으로 2분기 말보다 11조1000억원이 급증했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의 증가 폭이다.

대출심사 강화로 은행의 대출을 받기 어렵게 된 가계가 상대적으로 대출금리가 높은 2금융권에 몰린 탓으로 분석된다.

금리가 높은 2금융권의 대출이 늘어남에 따라 앞으로 금리가 오르면 이들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2금융권에선 주택담보대출의 증가 폭이 전 분기보다 줄어든 반면 기타대출의 증가 폭은 더욱 커졌다.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은 3조7000억원 증가한 110조8000억원이었으나, 기타대출은 167조원으로 사상 최대인 7조5000억원이나 급증했다.

기관별로는 새마을금고의 가계대출 잔액 증가 규모가 2분기 2조9000억원에서 3분기 3조4000억원으로 커졌다.

새마을금고의 경우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기는 하지만 은행에 비해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적용되지 않는 등 규제의 강도가 낮고, 이자만 내는 비거치식 대출이 많은 게 가계대출이 높은 증가세를 기록한 원인으로 풀이된다.

보험, 증권, 카드 등 기타 금융기관은 3분기 중 7조9000억원 늘어난 346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판매신용 잔액은 3분기 말 현재 67조9000억원으로 집계돼 2분기 말보다 1조9000억원 늘었다.

추석 연휴의 소비 확대가 반영된 결과다.

신용카드는 1조4000억원 늘어 증가 규모가 2분기(7000억원)의 2배에 달했고 할부금융도 8000억원 늘었지만 백화점, 자동차회사 등 판매회사는 2000억원 줄었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