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분사, 시장서 환호성 지르는 이유는

유병철 기자
입력일 2016-11-16 15:45 수정일 2016-11-16 16:37 발행일 2016-11-1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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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및 물적 분할 통해 4개 상장사로 재탄생 예정
-기존 주주는 분할 회사 지분 전부 갖는 구조
-증권가, 재무개선·지배력 강화·재평가 효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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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이 회사 분할을 결정한 가운데 시장에서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16일 현대중공업은 장중 13.31% 급등했다. 전날 장 마감 후 발표한 기업분할 소식에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이후 차익매물이 쏟아지며 장중 상승폭의 대부분을 반납, 전 거래일대비 4.78% 상승한 15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현대중공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증권가는 16일 이번 현대중공업의 분할 결정에 대해 러브콜을 쏟아내고 있다. 재무비율도 개선되고, 대주주의 지배력도 높아지며, 장기적으로 비조선사업부문이 재평가를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5일 장 마감 후 회사 분할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가 영위하는 사업 중 전기전자 사업부문, 건설장비 사업부문, 로봇·투자 사업부문을 나눠 각각 분할신설회사로 설립하기로 했다. 4개 주요 사업부는 인적분할을 택함으로써 전기전자에 5000억원, 건설장비에 4000억원, 로봇투자 사업부에 1조7000억원의 순차입금을 배정하게 된다. 현대중공업은 그린에너지와 서비스 사업은 현물출자 방식으로 분할한다는 계획이다. 분할 기일은 내년 4월1일, 인적분할을 통한 재상장은 같은해 5월10일이다.

전문가들은 현대중공업의 분할로 크게 세가지의 효과를 볼 것이라 설명했다. 첫번째는 현대중공업 존속회사의 재무비율 개선이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분할로 현대중공업은 3조4000억원의 차입금 감소와 2조1000억원의 순차입금 감소는 물론, 상반기 부채비율을 117%에서 100% 아래로 줄일 수 있게 됐다”며 “이는 동종업계 최상위 수준의 재무비율”이라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이제 조선과 육해양 플랜트, 엔진 등 본연의 사업에 충실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며 “훌륭한 수익창출원(Cash Cow)로서 이익 기여도가 컸던 오일뱅크와 분리되며 지속 성장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지만, 생존을 위한 조건은 체력구비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두번째는 그룹지배력 강화다. 지난 9월말 기준으로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지분은 10.15%다. 자사주 배정 등을 감안하면 분할 후 정 이사장은 현대중공업 존속법인과 로봇·투자사업부의 지분을 각각 10.15%씩 보유하게 되며, 로봇·투자사업부는 현대중공업 존속법인의 지분을 13% 보유하게 되는 구조다.

세번째는 현대중공업의 주식 가치에 대한 재평가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존 현대중공업 주주들은 분할되는 회사의 지분을 모두 갖게 되는 구조”라며 “결국 분할 회사에 대한 포트폴리오 구축이나 투자전략을 미리부터 고민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이어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비조선 부문의 분사가 기존 현대중공업 주식에 긍정적인지 여부”라며 “이번 분할 및 재상장은 현대중공업의 숨겨진 가치를 현실화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분할로 투자자들은 현대중공업 각 사업부문의 독립된 재무정보에 대한 접근이 원활해지며, 기술적인 측면에서 각 비조선 사업의 가치평가를 보다 정밀하게 수행할 수 있다”며 “또한 현대중공업이 그간 복합기업이기 때문에 받아왔던 밸류에이션 할인이 해소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병철 기자 ybsteel@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