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책임 통감하고 검찰 수사 받겠다”…두 번째 대국민 사과

라영철 기자
입력일 2016-11-04 12:54 수정일 2016-11-04 12:54 발행일 2016-11-04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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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대국민담화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 파문과 관련해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사태와 관련해 두 번째 대국민 사과를 하고 검찰 수사 수용 의사를 밝혔다.

박 대통령은 4일 오전 춘추관 2층 기자회견장에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번 사태와 관련,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며 지난달 25일 첫 대국민 사과 이후 열흘 만에 재차 국민의 용서를 구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최순실 씨 관련 사건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실망과 염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무엇보다 저를 믿고 국정을 맡겨주신 국민 여러분께 돌이키기 힘든 마음의 상처를 드려서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저와 함께 헌신적으로 뛰어주셨던 정부 공직자들과 현장의 많은 분들 그리고 선의의 도움을 주셨던 기업인 여러분께도 큰 실망을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박 대통령은 또 “이번 일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 데 있어서 최대한 협조하고 이미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에도 검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검찰은 어떠한 것에도 구애받지 말고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히고 이를 토대로 엄정한 사법처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진행 중인 검찰 수사에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자세하게 밝히지 못하는 점에 양해를 구하면서 검찰 조사가 끝난 뒤 자세히 말할 기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국정 정상화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국정은 한시라도 중단돼서는 안 되기 때문에 정부는 본연의 기능을 다 할 것이며 그러기 위해 사회 각계나 종교지도자, 여야 대표를 만나 각종 현안을 논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사태의 원인에 대해선 “가족과도 연락 끊고 조심하다 보니까 과거 힘들었을 때 돌봐줬던 최순실 씨와의 인연 때문에 도움받고 왕래하면서 경계의 담장을 낮췄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밤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본인을 용서하지 못할 상황”이라며 울먹이며 국민에게 사죄했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 씨가 어느 정도 국정에 개입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최 씨가 청와대를 출입했다는 부분을 상당 부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사이비 종교에 빠진 거 아니냐. (세월호 사고 당시) 청와대에서 굿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래 성장동력을 키우기 위한 창조경제와 문화융성 관련 사업에 대해선 “개인의 잘못으로 인해 국책사업 등이 인정을 받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날 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진솔하게 고백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담화문을 통해 밝힌 박 대통령의 생각과 국민의 기대 사이에는 괴리가 있어 보인다.

열흘 전 대국민 기자회견과 비교했을 때 진정한 사과 속에 박 대통령 자신이 안종범 전 수석이나 최순실 씨에게 어떤 지시를했는지, 이번 사태에서 대통령의 책임은 무엇인지 밝힐 것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겠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 대통령의 예우를 고려해 소환조사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방문조사가 가장 유력해 보이는 가운데 제3의 장소에서 조사를 받는 안도 관측된다. 특히 검찰 수사를 받겠다면서도 ‘필요하다면’ 이라는 단서를 붙임으로써 박 대통령의 의지가 어디까지인지를 정확히 알기가 어려운 측면도 있다.

또한 헌정 중단을 거론하면서도 ‘거국중립내각’이라든지 ‘책임총리’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은 점도 의아스러운 부분으로 남는다.

담화문 발표에 앞서 거국내각이나 책임총리를 통해 박 대통령 자신은 외교 안보 분야를 맡고 경제나 사회는 총리에게 맡기겠다는 발언이 나올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이런 부분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은 결국 2선으로 물러날 의사가 없음을 간접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즉, 이번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추궁 등은 검찰에 맡기고 중단 없는 국정 운영을 위해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한 것이다.

이날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은 지난 1차 대국민 기자회견보다는 좀 더 나아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 자신의 잘못을 어디까지라도 밝혔어야 했다는 측면에서는 미흡해 국민의 기대에 부합할지는 의문이다.

라영철 기자 eli700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