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새 비서실장에 김대중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한광옥(74)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이 임명됐다. 이로써 그는 17년 만에 두 명의 대통령을 보좌하는 초유의 기록을 세우게 됐다.
한 신임 비서실장은 지난 1999년 2월 ‘옷 로비 사건’ 스캔들로 청와대가 흔들릴 때 구원투수로 청와대 비서실장에 전격 투입된데 이어 이번 최순실 파문의 와중에 ‘구원투수’로 다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발탁됐다. 이는 통합과 화합으로 국정운영 공백을 메우려는 박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한 신임 실장은 3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민의를 정확히 전달하는 데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소감과 각오를 밝혔다. 이어 “지금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불신이 팽배해 있는 사회적 상황”이라면서 “우리 사회가 바르게 갈 수 있도록 어려운 정국을 돌파하는데 있어서 신뢰를 회복하고 대통령에게 민의를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서실 보고 체계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비서실의 기능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고 답했다.
4선 의원 출신의 한 신임 실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초대 노사정위원회 위원장, 대통령 비서실장, 새천년민주당 대표 등을 역임했다.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100% 대한민국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을 맡으면서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통합과 화합의 정치인을 자처하는 한 신임 실장은 여야 구분 없이 폭 넓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격의없는 스타일로 따르는 사람이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중하고 입이 무거워 여의도 정치인 시절 중요한 고비 때마다 당내외 밀사역도 도맡아 왔다.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필요성이 제기된 데 대해 그는 “국민들의 의심이 없도록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국가원수인 만큼 그 절차나 방법에 있어서 만큼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는 ‘검찰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박 대통령이 조사에 응할 수 있다’는 청와대 측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분석된다.
라영철 기자 eli700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