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가을에 어울리는 '★들의 번외편'… 김제동·노홍철·배종옥 연예인 3인 나란히 에세이 출간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16-10-28 07:00 수정일 2016-10-28 07:57 발행일 2016-10-28 14면
인쇄아이콘
연애인에세이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의 계절, 그 어느 때보다도 책 읽기 좋은 가을이 돌아왔다.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연예계에도 출판 붐이 일고 있다. 김제동, 노홍철, 배종옥 등 자신의 분야를 꾸준히 일군 연예인들이 속내를 털어놓은 에세이들을 일제히 출간했다. 특별히 정치색이 두드러지거나 상업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우리와 똑같이 숨을 쉬고 밥을 먹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서로 다른 '삶'에 대한 이야기다.   

◇정치적 색안경은 벗어라! 김제동의 ‘그럴 때 있으시죠?’

그럴때 있으시죠-표지이미지
그럴 때 있으시죠? / 김제동 /나무의마음.(사진제공=나무의 마음)

최근 군대 영창 발언으로 국감에서도 화제의 인물이 된 방송인 김제동의 에세이집. 마이크 하나로 사람을 웃겨서 죽일 수 있다는 자신의 말처럼 탁월한 유머를 버무린 김제동 특유의 솔직한 입담이 책 안에도 녹여졌다. 

이 책은 삶에 지치고 앞날이 불안하고 혼란한 사회 속에서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 특히 고단한 청춘들을 위로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3년간 심리상담을 공부한 김제동은 책 속에서 어린 시절 상처와 가족사, 잘 안 풀렸던 연애사 등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자분자분 털어놓았다.

그러나 독자에게 어떤 길을 걸어야 한다고 강요하거나 지시하지는 않는다. 그저 지금은 유명인사가 된 김제동의 지질했던 삶의 궤적을 통해 “내 이야기 같네?”라는 공감대를 형성한다.

정치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무명시절,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시골 노모의 이야기를 들어줬던 故노무현 대통령과의 인연을 통해 노제 사회까지 맡게 된 에피소드는 가슴을 먹먹하게 울린다. 노 대통령 추도식 전날 찾아온 국정원 직원이 “VIP가 걱정한다”고 하자 “VIP 걱정이나 하라”고 응수한 뒤 스스로 멋있게 느꼈다가 “가지 말아야 하나”고 걱정했다는 이야기에서는 인간미가 느껴진다.

대놓고 대통령과 여당의 잘못을 질책하는 게 아니다. 여와 야를 비롯한 정치권에 진심으로 애정어린 쓴소리를 전하며 국민을 먼저 생각해달라고 호소한다. 그는 이 책에서 “들리지 않는 울음을 들어주는 일, 주목받지 못하는 울음에 주목해주는 일, 누군가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는 게 삶의 품격”이라고 말한다.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는 자들을 위해 대신 마이크를 들겠다는 김제동의 신념과 철학이 책 속 곳곳에 녹아있다. 1만 5800원.

◇‘퀵마우스’ 노홍철의 ‘철든 책방’  

철든책방-표1
철든 책방 / 노홍철 / 벤치워머스.(사진제공=벤치워머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말이 빠른 남자, 사기와 권모술수에 능할 것 같은 방송인 노홍철이 어느날 서점주인으로 변신했다. 

서점 이름부터가 ‘철든 책방’이다. 평생 철 안 들 것 같은 노홍철이 서점을 차린 것도 놀라운데 내친김에 동명의 책까지 냈다. 이 책은 ‘철든 책방’을 내기까지 1년간의 스토리와 해방촌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글과 사진으로 담아냈다. 

개인매니저의 월세방을 지원해주기 위해 해방촌을 찾아온 노홍철은 해방촌 특유의 예술적인 분위기에 홀딱 반하고 만다. 

해방촌에 꽂혀 이곳에서 만난 아티스트들과 교류하던 노홍철은 아티스트들을 지원하고 자신의 콘텐츠까지 전시할 수 있는 책방을 내기에 이른다.

책 ‘철든 책방’은 좋아하는 일을 발견했을 때 느끼는 노홍철 특유의 순수한 즐거움과 열정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낡은 공간이 사람의 손길을 통해 생명력을 얻어가는 과정, 비싼 제품보다 싸고 푸짐한 제품을 권하는 해방촌 특유의 넉넉한 인심도 읽을 수 있다. ‘압구정키즈’ 출신으로 지금도 강남구 압구정동에 거주하는 노홍철은 이 참에 해방촌으로 주거지를 옮기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한다. 책의 인세는 전액 탄자니아 남쪽 음투와라 지역학교를 지원하는데 사용된다. 1만 5000원.

◇30년차 배우, 배종옥이 말하는 ‘배우는 삶, 배우의 삶’

배종옥산문_표1
배우는 삶 배우의 삶 / 배종옥 / 마음산책.(사진제공=마음산책)

1985년 데뷔 뒤 30년간 꾸준히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며 대중과 호흡해온 배우 배종옥의 자전적 에세이. 

이 책은 배우 배종옥이 말하는 ‘배우 고민기’다. 드라마, 영화, 연극 등 다양한 작품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뽐내고 연기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강단에서 후학도 양성하는 ‘교수배우’지만 실은 배종옥 자신도 신인 시절 연기를 못해 항의 편지를 받고, 매일 연기를 그만두고 무엇을 할까 궁리하던 시절이 있었다. 

배종옥은 책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고 배우로서 정체성을 찾기까지 30년의 여정을 진솔하게 고백한다.

예쁜 얼굴도 아닌 평범한 외모의 그가 연극에 꽂혀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를 지원한 사연, 우연한 기회에 탤런트가 됐지만 연기 못한다고 혹독하게 질책을 받은 신인시절, 이혼 뒤 노희경 작가의 ‘거짓말’에 합류했지만 초반 감정을 잡지 못해 엘리베이테에서 작가에게 “연기 좀 잘하라”고 목이 졸린 인간적인 에피소드들은 슬며시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는 그는 후배들에게, 그리고 주변인들에게도 공부하며 스스로를 담금질하라고 말한다. “꿈은 스스로 가꿔라, 꿈에 지지 않아야 한다, 비록 그 시간이 지난하더라도 산 한가운데 물을 주는 심정으로 간절히”라는 책 속 구절은 배종옥의 30년 배우 고민기를 축약한 문구다. 1만3000원.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즐거운 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