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옷걸이 든 검은 시위, 누가 여성을 죄인 만드나

박민지 기자
입력일 2016-10-25 07:00 수정일 2016-10-25 07:00 발행일 2016-10-24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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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옷을 입은 여성의 손에 철제 옷걸이가 들려 있습니다. 왜 하필 옷걸이일까요?

옷걸이는 ‘낙태 합법화’를 위한 시위 도구입니다. 오래전 전 세계 많은 여성들은 낙태를 위해 옷걸이를 이용했습니다. 그러던 도중 사망하는 사고가 비일비재해 낙태 합법화 캠페인 상징이 옷걸이가 된 겁니다.

낙태금지국에서는 낙태 전 과정에서 여성이 모든 책임을 집니다. 낙태를 병원에서 할 수 없다보니 불법 시설에서 목숨 걸고 자가 낙태를 시도했죠. 낙태를 금지해 생명을 귀히 여기겠다던 정책이 도리어 여성의 목숨까지 앗아가는 결과를 초래한 셈입니다.

한국도 ‘검은 시위’가 거리를 메우고 있습니다. 정부가 낙태를 비도덕적 의료행위로 규정하고 의료진 처벌을 강화하기로 한 방안을 내놓으면서 의료진과 여론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습니다. 정부는 재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논란은 쉬이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몇 가지 조건에 부합할 경우 낙태 수술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임신 24주 내 부부의 동의를 얻은 상태로 모자보건법상 △성폭행에 의해 임신이 된 경우 △기형아를 출산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 △산모의 건강에 크게 위협이 생길 우려가 있는 경우죠.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습니다. 일단 증명하기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수술을 거부하는 의료진도 많고 부르는 게 값이라 부담도 큽니다. 때문에 보통 낙태는 음성적으로 행해집니다. ‘불법’으로 규정되면서 병원을 찾지 않고 ‘자가낙태’를 행하는 산모도 많습니다.

온라인상으로 경구용 낙태약을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구글에서 해당 알약을 검색하면 누구든 쉽게 구입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하나 같이 부작용이 검증되지 않은 약입니다. ‘출처가 불분명한’ 낙태약에 대한 부작용은 심각한 피해를 끼쳐왔습니다. 의사의 처방 없이 진행되는 의료적 행위는 치명적입니다.

때문에 여성들이 검은 옷을 입고 거리로 나섰습니다. 이들 손에는 ‘나는 자궁이 아니다. 사람이다’, ‘My body My choice’, ‘내 자궁은 나의 것’, ‘자궁을 구속하지 말라’, ‘내 몸은 불법이 아니다’, ‘내 자궁은 공공재가 아니다’ 등의 푯말이 들려있습니다.

“여성의 재생산권, 몸에 대한 권리와 신체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논의를 활발히 해주길 바란다”

“임신중단은 당사자 의사에 의한 결정인데도 특별한 사유가 아니면 허락되지 않는 현 상황에서 여성의 결정권은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

최근 한국갤럽에서 ‘낙태’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전국 성인남녀 10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74%가 ‘낙태 찬성’ 의사를 내비쳤습니다. ‘낙태를 엄격히 금지해야한다’는 답은 21%에 그쳤습니다.

낙태를 찬성하는 이유로 ‘원치 않는 임신’이 31%로 가장 많은 표를 얻었습니다. 이 밖에 성폭행(18%), 미성년자(17%), 개인의 자유(9%), 기형아 출산(8%)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낙태를 합법화시키면 ‘생명 경시 풍토’를 조장할 수 있다는 점은 문제로 남습니다. 가장 고귀한 생명의 탄생 과정을 인간이 인위적으로 끊는 행위이기 때문이죠. 미성년자를 비롯해 무분별한 성관계가 행해질 우려도 있습니다. 성관계로 인한 질병감염 위험도 큽니다.

갑론을박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의 생명과 산모·아이의 미래의 경중을 재고 따질 수는 없지만 모두가 행복한 나라를 위해 최선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길 기대해봅니다.

박민지 기자 pmj@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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