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에 "점심에 뭘 먹죠?" 기업 홍보실 최대현안 부상

박종준 기자
입력일 2016-09-28 09:32 수정일 2016-09-28 14:12 발행일 2016-09-28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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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관가 등 인근 식당에서는 가격이 3만원 이하하는 메뉴들이 잇달아 내놓고 있다.(사진=브릿지경제신문DB)
“점심에 뭘 먹죠?” 점심 메뉴 고민은 샐러리맨들이 늘 하는 것이지만, 요즘 대기업 홍보실에서는 이것이 현안이 됐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 이 오늘(28일)부터 시행됐기 때문이다. 이에 국민권익위원회 등 주무관청은 이번 김영란법 시행으로 우리 사회에서 부정과 부패의 시발점인 청탁문화가 사라지면 ‘클린 코리아’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당사자인 공무원, 언론인, 사립교원과 상대할 일이 많은 기업 및 재계는 ‘첫 케이스’가 되지 않기 위해 몸사리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28일 김영란법 시행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대목은 공무원과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들에게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이상을 주거나 받으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직무 관련인으로부터 3만 원 이상의 식사 대접을 받으면 과태료를 물게 되고, 받을 수 있는 선물의 가격은 5만 원, 경조사 비용은 10만 원으로 한정된다는 것. 또 물론 금품을 주고받지 않더라도 청탁이 있을 경우, 공직자가 1회 100만원이 넘는 금품을 제공받으면 직무연관성이 없더라도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이에 대기업 홍보실과 대관업무 담당자들은 최근 언론이나 공무원 등을 만나 식사하는 자리가 생길 경우 1인당 식사비 3만원을 넘기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기업이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은 신차 출시 등 신제품 설명회다. 참석자에게 5만원 상당의 선물을 돌리는 경우 참석자 중에 공무원, 교수, 언론인 등이 포함될 경우 행사와 무관한 선물제공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김영란법이 적용되므로 불법이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기업에서는 신제품 출시 행사 때 김영란법 기준에 맞추고, 식사 등은 가급적 피하는 분위기다. 이에 관가 및 대기업 인근 식당에서는 김영란법 시행에 맞춰 가격이 3만원 이하인 메뉴를 잇달아 내놓는 등 관련 풍경이 바뀌고 있다.

한 대기업 홍보실 담당자는 “다음달에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일단 신제품 출시 관련 미디어 행사를 열되, 선물이나 점심식사는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언론과 공무원을 상대해야 하는 일부 대기업에서는 김영란법 시행과 관련 다소 혼선 분위기도 엿보인다.

반면 일부에서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저녁 식사 및 술자리 약속이 크게 줄 것으로 보여, 내심 ‘저녁이 있는 삶’을 기대하는 눈치다. 또 다른 대기업 홍보실 관계자는 “아무래도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3만원이 초과할 수 있는 저녁 술자리 약속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여 육아와 취미 생활에도 여유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재계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한 기업의 혼선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이 알아야 할 김영란법 상담사례집’을 발간해 안내하고 있다.

박종준 기자 jjp@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