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자존감과 자존심의 차이를 아시나요? '자존감수업'

이희승 기자
입력일 2016-09-02 07:00 수정일 2016-09-02 17:47 발행일 2016-09-0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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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심리학에서는 없는  자존감 코칭 백서 '자존감수업'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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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단어 하나 차이지만 자존심과 자존감의 차이를 확실히 구분하는 사람은 의외로 드물다. 자존심은 상처에서 출발하고 자존감은 애정을 밑천으로 한다. 스스로를 지켜내는 것이 자존심이라면 누군가가 불어넣어주는 것이 자존감이 된다. 

자존감 전문가이자 정신과 의사인 윤홍균 원장은 “자존감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고 정의한다. 1일 발간된 ‘자존감 수업’은 세상에 쉽게 상처받고 지쳐있는 현대인이게 만족감 높은 삶을 살기 위한 필수 감정으로서의 자존감을 이야기한다. 높은 자존감을 갖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는 사람, 낮은 자존감 때문에 내면의 불화와 갈등을 겪고 있는 이들을 만나며 겪은 상담 사례들이 흡사 내 이야기처럼 진솔하게 녹아있다. ◇ 다른 책에는 없는 자존감 셀프 코칭법

‘자존감 수업’은 다양한 칼럼과 방송을 통해 ‘친절한 윤답장’ 선생으로 유명한 저자의 고백으로 시작한다. 그는 “나도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졌던 시기가 있었다. 뒤처지는 기분, 포기하고 싶은 마음, 중독에 빠져 희망을 놓고 싶은 충동에 자주 사로잡히곤 했다”고 말한다.

이미 인터넷에 자존감이라는 단어만 쳐도 ‘자존감 높이는 법’, ‘자존감 다룬 책’ 등 수많은 연관 검색어가 뜨는 불안한 시대에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책은 친절하고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책에서는 누군가에게 ‘나를 사랑하라’, ‘자신감을 가져라’, ‘자신을 믿어라’는 뻔한 말은 없다. 대신 자존감 낮은 사람들이 수시로 경험하는 억압과 불안, 감정적 모순에서 벗어나도록 적극적으로 돕는다.

의외로 자존감을 회복하는 방법도 간단하다. 무기력에 빠진 사람에게는 당장 책을 엎고 나가 걸으라고, 예민한 사람에게는 ‘그게 뭐라고’라는 주문을 외우라고 조언한다. 이외에도 감탄사로 끝나는 감정일기 쓰기 등 흥미진진한 방법들이 단계별로 소개된다.

자존감 수업
자존감 회복을 위한 셀프 코칭을 담은 ‘자존감 수업’표지/윤홍균 지음/심플라이프 출판/1만4000원. (사진제공=심플라이프)

◇ 자신을 지키고 사랑하는 법은?

‘자존감 수업’은 뜬구름 잡는 심리책이 아니다. 먼저 자존감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일(직장생활), 사람, 사랑, 관계맺기를 2~3장에 걸쳐 비중있게 다룬다.

각장의 주제는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 잡을 정도로 사실적이다. ‘사랑받을 자격을 의심하는 사람’, ‘끊임없이 묻고 확인하는 사랑’ 등 사랑의 패턴과 자존감의 연관성을 분석하며 자존감이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과 방식도 집중 점검한다.

윤 원장은 취약한 환경에서 자존감에 상처를 입는 사람들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계약직과 비정규직, 워킹맘부터 전업주부, 수업생과 취업준비생, 감정 노동자에게 각자가 처한 환경 속에서 자존감을 지키고 회복하는 현실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이 책은 이처럼 일터에서, 집에서, 사랑과 사람에게 상처받고 무너진 마음을 차분하게 위로하고 쓰다듬으며 스스로 자존감을 일으켜 세우도록 독려한다. 이 책에서 단 한 구절만 뽑는다면 자존감과 자전거를 비유한 아래 대목이다.

“우리는 자존감에 올라타 중심을 잡고 살아야 할 운명인데, 자존감은 자전거처럼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자전거를 배운 지 30년이 넘은 사람도 가끔 넘어지고 깨지는 이치와 같다. 하지만 자전거를 일으켜 다시 올라탈 줄 알며 상처를 치료할 줄 아는 사람은 더 이상 자전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주 타고 싶고 애용하며 즐기게 될 것이다.”

◇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자존감에 대한 오류와 편견

저자는 자존감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자존감의 의미와 가치가 필요 이상으로 축소되거나 과장되지 말아야 한다고 꼬집는다. 그 중 가장 널리 퍼진 오류가 “부모님의 사랑을 덜 받아서 자존감이 낮다”는 생각이다. 저자는 이것은 사실이 아니며 설령 그렇다 해도 부모에게 집착했다간 회복은커녕 가족 사이에 불화만 커진다고 우려한다.

또 “칭찬이 부족하면 자존감이 떨어진다”, “자존감만 회복되면 행복해진다”, “자존감이 강하면 나르시시스트가 된다”는 생각은 정보과잉과 일반화가 부른 오류라고 설명한다. 예컨대 잘못된 칭찬은 오히려 공허함을 키우고 칭찬에 대한 환상과 갈망을 일으켜 자괴감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자존감을 잘 회복한 사람은 나르시시스트가 아니라 허물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또 다른 강점은 자존감 낮은 사람들이 주로 느끼는 감정들을 집중적으로 해부함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사용하는 법을 알려준다는 데 있다. 자기혐오, 죄책감, 무기력, 열등감, 후회, 불안, 우울, 공허감, 양가감정 등 자존감 낮은 사람들이 수시로 빠지는 감정은 따로 있다. 저자는 이런 감정이 찾아왔을 때 압도당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역이용해 타인과 자신에게 어떻게 활용할지도 알 려준다.

특히 가장 자주 느끼는 ‘핵심 감정’을 찾아내 감정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도록 돕는다. 저자는 이 책이 반창고 같은 책이 되길 희망한다.1만4000원.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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