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치 않게 남의 물건을 습득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물건 습득과 사용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보자.
# A씨는 놀이터를 지나다 모래 속에서 누군가 버린 것으로 보이는 야구글러브를 발견했다.
마침 연습용으로 가볍게 사용할 글러브가 필요했던 터라 집으로 가져왔다.
Q: 버려진 것처럼 보이는 물건을 가져왔다면?
A: 버려진 혹은 소유를 포기한 물건이라면 습득한 사람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주인이 잃어버린 물건이라면 형법상 ‘점유이탈물횡령죄’에 해당한다. 주인이 해당 장소에 물건을 잠시 보관한 것을 가져간 경우에는 ‘절도죄’가 성립될 수 있다.
※절도의 경우 형법 규정상 과실범을 처벌하지 않기 때문에 주인의 관리에 있는 물건을 주인 없는 물건으로 오해하고 습득해도 유죄가 되지 않는다.
# B씨는 은행으로부터 돈이 잘못 이체되었다는 전화를 받았다. 계좌를 확인해보니 300만원이 입금돼 있었다.
Q: 잘못 이체한 돈 돌려받을 수 있을까?
A: 잘못 입금된 계좌 주인에게 보유 의무는 있지만 반환 의무는 없다. 그러나 보유한 돈을 사
용하게 된다면 ‘횡령죄’에 해당 돼 형사고소가 가능하다. 쓰지도 않고 돌려주지도 않는다면 민사상 반환의 의무로 민사재판이 가능하다. 은행은 ‘반환요청’의 의무만 있다.# C씨는 공중화장실에서 최신 휴대폰을 주웠다.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화장실에서 갖고 나와 찾는 전화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
Q: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물건을 잠시 습득했다면?
A: 물건을 습득한 목적이 주인에게 반환하기 위한 보관이라면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 단, 주인을 찾아주거나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보관하는 것이라는 의사를 명확히 해야 한다.
# D씨는 친구의 집에서 하루를 묵었다. 친구는 일찍 출근을 했고, D씨가 출근하려고 보니 어제 신은 구두 굽이 부러져 있어 일단 친구의 구두를 신고 나왔다.
Q: 허락을 받지 못하고 물건을 빌렸다면?
A: 허락을 받지 않고 물건을 사용하는 경우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돼 형법상 절도죄에 해당할 수 있다.
※재산죄에서의 불법영득의사란? 권리자를 배제하고 타인의 물건을 자기의 소유물과 같이 그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 처분할 의사
의도치 않게 물건을 소유했어도 ‘죄’를 물을 수 있다고 하니 내 것이 아닌 물건을 습득할 때는 신중, 또 신중해야겠습니다.
박민지 기자 pmj@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