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성은정, U.S.여자 아마추어 골프 우승… ‘새로운 역사를 쓰다’

오학열 골프전문기자
입력일 2016-08-08 16:07 수정일 2016-08-08 16:45 발행일 2016-08-09 15면
인쇄아이콘
한 해 U.S. 여자 주니어와 아마추어 동시 석권 대기록 작성
2016080802
2016 US 여자 아마추어 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성은정이 동료들로부터 물세례를 받고 있다.(사진제공=USGA)

“놀라울 뿐이다.”아마추어 성은정(17·영파여고)이 U.S.여자 아마추어 골프선수권대회를 제패하며 역사를 새로 썼다.성은정는 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 인근 롤링 그린 골프 클럽(파71·6259야드)에서 열린 대회 결승 36홀 경기에서 버지니아 엘레나 카르타(이탈리아)를 상대로 36홀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1홀 차로 이겨 우승을 차지했다. 

성은정은 이 대회 우승으로 미국골프협회(USGA)가 주최하는 U.S.여자 주니어 골프선수권대회와 U.S.여자 아마추어 골프선수권 대회를 한해에 모두 석권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두 대회를 한 해에 동시에 우승한 것은 사상 최초다. 더불어 성은정은 세계 여자 아마추어 최강자 자리에 우뚝 섰다.

성은정은 지난달 24일 미국 뉴저지 주 패러머스 인근 리지우드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제68회 U.S.여자 주니어 골프선수권대회에서 2연패를 달성해 이 대회 사상 세 번째 2년 연속 이상 우승한 선수로 45년 만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이들 두 대회를 한해에 동시 제패에 도전한 이는 이제까지 성은정을 포함해 4명이 있었다. 그리나 이전 세 번의 도전은 실패로 끝났고 성은정만이 동시 석권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작성한 것이다.

성은정은 이날 경기 우승으로 USGA 주최한 여자 주니어와 아마추어 대회에서 24승 3패를 기록하게 됐다.

2013년까지 국가대표를 지낸 성은정은 남자 선수를 연상케하는 175㎝의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장타를 장기로 가지고 있는데다 이번 대회에서는 아이언 샷과 숏 게임 그리고 퍼트까지 모두 잘 풀리며 우승을 차지했다. 성은정은 이날 첫 번째 18홀 경기에서 중반까지 2홀을 내주며 무너지는 듯 했다. 그러나 14번 홀에서 이겨 추격에 나선 후 15번 홀에서도 이겨 올 스퀘어를 만든 후 17번 홀을 따내며 이날 경기에서 처음으로 1홀을 앞서나갔다. 하지만 18번 홀에서 패해 결국 올 스퀘어로 전반 경기를 마쳐 두 선수는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성은정 2번홀 세컨샷 날리고 있다
U.S. 여자 아마추어 골프선수권대회와 U.S. 여자 주니어 골프선수권대회를 한해에 동시 석권해 U.S. 여자 아마추어 새로운 역사를 쓴 성은정.(사진=KLPGA)
휴식과 함께 점심을 먹고 남은 18홀 경기에 들어간 두 선수는 성은정이 ‘장군’을 부르면 카르타 역시 ‘멍군’으로 응하며 24번째 홀까지 한 치의 양보 없는 경쟁을 이어갔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성은정이 25번째 홀(파5)에서 버디를 낚으며 1홀을 앞서나갔고, 29번째 홀(파4)에서 다시 버디로 카르타를 2홀 차로 따돌렸다. 카르타는 31번째 홀(파4)에서 성은정이 더블보기를 한 틈을 타 1홀 차로 추격했다. 하지만 카르타는 32번째 홀(파3)에서 보기를 범해 파를 기록한 성은정에게 다시 2홀 뒤졌다.

35번째 홀(파5)에서는 성은정이 2m 거리 우승 버디 퍼트를 실패해 파를 기록한 반면 카르타는 그린 엣지에서 홀까지 12m 거리의 퍼트를 성공시켜 버디를 잡으며 1홀 차로 따라 잡으며 승부를 마지막 36번 홀(파4)로 넘겼다.

마지막 36번째 홀에서는 성은정이 두 번째 샷을 홀 25m 거리에 올린 반면 카르타는 홀 4m 거리에 올려 승부가 연장전으로 이어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성은정은 오른쪽으로 휘는 내리막 라인에서 자신 있는 퍼트로 그림 같은 25m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우승을 확정지었다.

경기후 성은정은 “믿을 수 없는 하루였다”고 우승 소감을 밝힌 뒤 “새로운 역사를 쓰게 돼 남다른 기분이며 내 자신이 놀라울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경기는 두 선수의 치열한 경쟁의 열기를 반영한 듯 날씨마저 30도가 넘는 무더위를 보여 두 선수를 괴롭혔다. 특히 카르타는 후반 경기 시작 할 때부터 어지러움 증세가 나타냈고, 경기 시간이 7시간을 넘어서면서 31번째 홀에서는 증세가 심해져 경기위원회에서 그린에서 볼 마크를 캐디가 대신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카르타는 31번째 홀을 마치고 의사의 권유로 그늘 밑에서 휴식을 취한 후 경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성은정은 낯선 코스, 낯선 분위기에서도 승부가 결정되는 순간까지 지친 기색 없이 집중력을 잃지 않고 경기를 펼쳐 우승을 차지했다.

카르타 역시 어지러움 증세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멋진 승부를 펼쳤다.

한편 성은정은 지난 6월 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 마지막 날 마지막 18번 홀에서 3타 차 단독 선두로 우마추어 우승을 바라보았지만 어이없이 트리플보기를 범해 연장전을 허용한 후 패해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오학열 골프전문기자 kungkung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