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기자회견 가진 박세리 "다시 태어나면 여자가 아닌 남자로 PGA 도전하고 싶다"

오학열 골프전문기자
입력일 2016-07-27 17:27 수정일 2016-07-27 17:27 발행일 2016-07-28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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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여자 경기 목표 “금·은·동 모두 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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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2016' 홍보대사로 위촉된 박세리가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사진=양윤모 기자)

“다시 태어나도 골프 하겠다. 하지만 여자가 아닌 남자로 PGA 무대에서 뛰고 싶다.”

오는 10월이면 한국 골프사에 한 획을 긋고 은퇴하는 박세리(39)가 27일 서울 명동의 KEB하나은행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다시 태어나도 골프채를 잡겠다며 골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골프를 시작하면서 골프가 바로 ‘꿈’이 됐다는 박세리는 “어떤 사람이 되고, 목표를 가지게 됐고 목표를 이루는 모든 과정이 꿈이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골프 선수 생활에 대해 A+를 주고 싶다는 박세리는 “오랜 동안 골프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면서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성공했고,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후회는 없고 고마울 뿐이다”고 말했다.

이어 박세리는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선수생활을 하며 즐거움을 찾지 못하고 나 자신에게 인색했던 것”이라고 말해 그가 얼마나 선수 생활을 치열하게 했는지를 짐작케 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지 못해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아쉽다. 그렇지만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고마워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박세리는 3주 앞으로 다가온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골프 여자 코치로 나서 지도자로서 첫 발을 내딛는다.

지도자가 된 소감에 대해 그는 “어색하다. 적응이 되지 않는다”면서 “선수들에게 우산이 될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 올림픽 목표에 대해 “우리가 금, 은, 동메달을 모두 휩쓰는 것”이라고 밝힌 박세리는 “선수들에게 부담 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어 그는 “최선을 다했지만 예상 밖의 성적을 냈더라도 안아줬으면 한다. 결과에 대해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따뜻한 마음으로 맞아주었으면 좋겠다”며 골프팬들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또 그는 “현지에서는 선수들이 지카 바이러스와 치안 불안 등으로 인해 경기력에 지장받지 않도록 최대한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세리는 한국에 가장 위협적인 선수로 뉴질랜드 대표이자 세계여자골프랭킹 1위 리디아 고를 꼽았다.

3년 전부터 은퇴 후 뭘 할 것인지 고민하고 준비했다는 박세리는 “준비 과정에서 후배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며 “앞으로 저로부터 시작해 박인비로 이어진 맥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골프 행정에도 관심이 많은 그는 “세월이 흘러 기회가 주어진다면 KLPGA 회장도 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박세리는 “은퇴 후 선수 박세리보다는 골프와 관련된 일을 꾸준히 할 계획”이라며 “내가 겪었던 시행착오들을 후배들은 겪지 않게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오학열 골프전문기자 kungkung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