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개포3단지 분양보증 퇴짜는 규제만능주의 산물

방형국 기자
입력일 2016-07-27 06:05 수정일 2016-07-27 12:34 발행일 2016-07-27 23면
인쇄아이콘
복잡계에 들어선 주택시장, 뻔히 보이는 정부의 규제
20160621010005890_1
방형국 사회부동산부장

집값의 움직임이 순환계에서 복잡계로 바뀌고 있다. 복잡계로 바뀐다는 것은 집값이 따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집값은 아파트를 엘리베이터를 타고 움직였다. 같은 동(棟) 105호가 2000만원 오른 값에 거래가 이뤄지면 그 동의 아파트 값이 일제히 올랐다. 이유가 없었다. 엘리베이터를 사이에 둔 앞집 매매가가 올랐으니 우리 집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했다. 그 가격의 영향력은 순식간 전체 단지로 파급돼 단지 전체 집값이 오르고, 인근 집값에도 영향을 끼쳤다. 타워팰리스 집값이 오르면 아무 상관 없는 강원도 속초나 제주도 서귀포 집값이 덩달아 춤을 추는 일이 다반사였다. 집값이 두루 움직여 순환하며 동행했다.

집값 움직임이 복잡계로 전환하고 있다. 전세시장이 급격히 축소되고 월세로 대체되면서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 개·보수나 인테리어 등 집의 상태에 따라 같은 단지, 같은 동, 같은 크기 아파트라도 보증금과 월세가 달라지면서 집의 가치에 차이가 생기고, 이에 따라 집값이 따로 움직이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이미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같은 강남이라도 재건축(대상) 아파트와 일반 아파트 값이 따로 움직이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재건축 붐을 타고 재건축 아파트 값이 천정부지로 뛰어도 일반 아파트 값은 그대로다. 재건축 값이 오를 때 일반 아파트도 뒤따라 올랐던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다. 신도시도 마찬가지다. 동탄신도시의 경우 1신도시와 남쪽의 2신도시의 가격추이가 다르다. 역세권 집값이 강세를 보일 때 좀 떨어진 아파트 값은 일정 수준 따라 오르는 일 없이 오히려 하락하는 움직임이다. 선행 아파트에 따라 주변의 후행 아파트 값이 올랐던 과거와 대비된다. 집값이 조건에 따라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위치와 층에 따라 보증금과 임대료가 커다란 차이가 나고, 이런 조건이 가격을 결정하는 땅과 상가와 같이 집값의 변동원리도 이렇게 작용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우리 아파트는 저기 하고 달라. 어딜 감히 우리 아파트에 비교해?”하며 주택 소유자들의 작은 이기심은 분명히 있을 것이고, 실제로는 팔 생각 없이 집값을 부풀려 중개업소에 내놓은 일도 지속될 것이다. 이 역시 월세 임대료를 거꾸로 환산하면 집값이 뻔히 나오기 때문에 과거와 같이 호가(號價)로 집값을 뻥튀기하는 일은 줄어들고, 결국 사라질 것이다. 자산의 가치는 오를수록 좋지만, 거품이 끼면 터져버리고 만다. ‘제로섬’(Zero Sum)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면 50%의 누군가는 거품의 대가를 치러야 하고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주택시장의 DNA가 복잡계로 바뀌면 이런 거품현상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고, 거품의 대가는 개인의 책임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개포주공3단지의 분양승인을 불허해 논란을 빚고 있다. 고분양가를 앞세운 두번째 퇴짜다. HUG의 분양보증 거부는 분양가 상한제나 다름없다. HUG의 배후에는 ‘뻔히 보이는’ 정부의 규제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이런 식의 대응은 곤란하다. 개포주공3단지의 고분양가 확산력은 절대 크지 않다. 강남 일부에 제한되고, 영향력도 대단히 적다. 거품의 악영향도 적다. 거품의 대가는 수분양자 또는 분양권을 구매한 사람에게 돌아갈 것이다. 정부가 규제를 들이댈 이유가 없다. 정부는 손을 떼라.

방형국 사회부동산부장 bhk@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