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국에 추월당한 한국 산업, 활로는 안보이고

사설
입력일 2016-07-06 14:26 수정일 2016-07-06 14:53 발행일 2016-07-0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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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 신세’라는 표현은 한국과 중국, 일본의 산업경쟁력을 비교할 때 흔히 쓰는 말이다. 첨단기술로 견고한 벽을 쌓은 일본과 값싼 가격을 무기로 삼은 중국의 추격에 한국 산업이 끼인 처지라는 의미다. 그러나 이제 그것도 지난 얘기가 됐다.

한국 기업들이 수익성과 자산규모 등 경쟁력 측면에서 이미 2년전 중국 기업에 추월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경쟁력을 가늠하는 8개 지표 가운데 2014년 기준으로 수익성·성장성·자산규모·특허출원 수·해외기업 인수합병(M&A) 등 5개 부문에서 이미 한국 기업이 중국 기업에 뒤처진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중국 기업들에 덜미잡힌 것도 모자라 앞으로 격차까지 벌어질 조짐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IT(정보기술) 등 그동안 한국이 확실한 우위를 지켰던 분야에서 중국이 막대한 자금력으로 대규모 투자와 산업고도화에 박차를 가해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은 “전체 반도체시장의 75%를 차지하는 시스템반도체에서 중국의 기술수준이 한국을 10% 정도 앞질렀다”고 분석했을 정도다. 이제 한국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 산업에서마저 중국에 무릎을 꿇을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국 기업의 경영환경은 첩첩산중이다. 국회는 문을 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반(反)기업 법안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경제 민주화’를 내세운 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여당의 일부 의원들까지 기업의 발목을 묶고 경영권을 침해하는 법안에 앞다퉈 이름을 올릴 정도다. 기업들이 위기를 호소하고 산업 고도화를 위한 구조조정이 어느 때보다 다급한 실정인데도 노동계는 이랑곳 않은채 파업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 경제, 한국 산업의 활로가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