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에 17조원 배상, 한국 우롱하는 폭스바겐

사설
입력일 2016-06-28 15:06 수정일 2016-06-28 15:18 발행일 2016-06-2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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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차 배출가스를 조작한 독일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배상금으로 무려 147억달러(약 17조4천억원)를 물기로 했다. 폭스바겐과 미국 당국 및 소비자들의 법정대리인은 이같은 방안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당초 알려진 102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금액이다. 배출가스가 조작된 2천cc급 디젤차량 소유주들은 1인당 최고 1만달러까지 배상금을 받게 된다.

이번 배상액은 미국 소비자 집단소송 합의액 중 가장 큰 규모다. 소송과 별도로 미국 정부에 거액의 벌금도 내야하고, 합의내용이 불만인 소비자의 개별소송 제기가 가능해 배상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폭스바겐의 부도덕에 대한 미국 정부와 소비자들의 확실한 응징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와 소비자들에 대한 폭스바겐의 태도는 미국에서와 180도 다르다. 국내에서는 “법을 어긴 적 없어 배상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의 임의설정(조작장치 설치) 관련 법규는 2012년 1월부터 시행됐고, 문제 차량들은 그 이전 인증을 받았으므로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법 규정 미비가 우리 정부 과실이니 자신들은 잘못이 없다는 식으로 어물쩍 넘기려 하면서 배상은 커녕 제대로 사과조차 않는 무시와 기만으로 일관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심각한 한국 차별은 결코 허투루 넘길수 없는 일이다. 미지근한 수사, 적당한 수준의 과징금 부과는 안된다.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징벌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 한국 소비자들을 봉으로 알고 리콜 계획서도 제대로 제출하지 않는 폭스바겐의 행태를 바로잡지 않는 한 가습기 살균제로 유독 한국에서 수많은 사상자를 낸 옥시사태의 판박이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