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돈 맡겨도 될까?" 브렉시트에 불안감 커지는 이자생활자

장애리 기자
입력일 2016-06-27 16:52 수정일 2016-06-27 17:55 발행일 2016-06-2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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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에 한국은행 금리 추가인하론 고개
은행 금리 추가 하락 전망에 예금자들 '한숨'
상대적 고금리 주는 저축은행 찾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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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가운데 시중은행들도 예·적금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의 한 시중은행 영업점 모습. (연합)

# 은퇴 후 별다른 수입 없이 연금과 이자로 생활하는 이정호(62)씨는 최근 투자용 부동산을 처분하고 남은 2억원을 들고 은행에 찾았다가 화들짝 놀랐다. 은행 직원이 만기 3년짜리 정기예금에도 금리를 연 1.5%밖에 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기 때문이다. 월 이자소득 25만원. 세금 떼고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 이자는 거의 없는 셈이다. 그러나 주식, 펀드 등 투자형 상품에 돈을 넣었다가 좋지 않은 경험을 했던 이씨는 앞으로 은행 예·적금처럼 안전한 투자를 선호한다. 그는 “용돈도 안되는 이자지만 마땅히 돈 둘 곳이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1년짜리 예금에 묻어뒀다”며 “앞으로 금리가 더 낮아질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생활비 마련이 막막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여파가 은행 이자를 생활비에 보태 쓰는 이자 생활자들의 주머니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브렉시트에 대응해 금리를 더 내릴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동안 한은 금리 인하의 가장 큰 걸림돌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계획이었다.

하지만 브렉시트가 확실시 되면서 미국의 계획이 늦춰지고, 이를 틈타 각국은 자국 경기를 위해 통화가치를 낮출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은행 금리도 낮아진다.

앞서 한은이 지난 9일 기준금리를 연 1.25%로 인하한 이후 신한, KB국민, KEB하나, 우리은행 등 주요은행들은 일제히 거치ㆍ적립식ㆍ입출식 상품 금리를 0.05∼0.25%포인트 내렸다.

현재 정기 예·적금상품은 연 1%대 초반. 1억원을 1년간 맡겨도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100만원 남짓이다.

추가 금리인하가 이어진다면 금리 1%대인 정기예·적금상품도 아예 사라질 것으로 보여 이자 생활자들의 지갑은 더욱 얇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초저금리가 계속되자 상대적 고금리에 5000만원까지 예금자보호를 받을 수 있는 저축은행을 찾는 발길이 늘고있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4월말 기준 저축은행의 수신 잔액은 1조8689억원으로 작년 말에 비해 5% 가량 증가했다.

저축은행의 1년 만기 평균 정기예금 금리는 1.99%로 시중은행보다 0.7~0.8%포인트 가량 높은 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 이자가 제로수준으로 떨어졌지만 브렉시트 등 글로벌 변수들이 있다 보니 투자상품에 섣불리 도전하기가 힘든 상황”이라며 “안전자산을 선호한다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상품에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고 말했다.

장애리 기자 1601chan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