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직자윤리위, 전관예우 방조하는 것 아닌가

사설
입력일 2016-06-27 15:30 수정일 2016-06-27 16:45 발행일 2016-06-2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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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공직자에게 취업제한 규정을 둔 공직자윤리법의 목적은 명확하다. 고위 공직자가 퇴직후 취업을 목적으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는 등 부정한 유착고리를 사전에 차단하자는 것이다. 또 퇴직공직자가 기업에 취업한 후 자신이 몸담았던 기관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배제함으로써 공무집행의 공정성과 공직윤리를 확립하려는 취지도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공직자윤리법이 껍데기만 남지 않았나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2012~2016년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를 통과한 공정위 출신 4급이상 퇴직자 20명중 13명이 대기업에 재취업했고 대형 로펌으로 자리를 옮긴 사람도 4명이나 됐다. 대기업의 경우 가격담합, 약관변경 등으로 과징금이 부과되기 쉬운 식음료 및 백화점, 신용카드사들이 대다수였다.

취업제한 공직자는 원칙적으로 퇴직전 5년동안 소속했던 부서의 업무와 관련있는 곳에 퇴직일로부터 3년이내에 재취업할 수 없다. 그러나 취업심사를 통과한 퇴직자 20명중 19명은 6개월안에 새 일을 구했다. 공직자윤리위의 승인을 받을 경우 제한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한 예외 덕분이다. 취업제한 규정이 사실상 사문화(死文化)됐다고 볼수 밖에 없다.

공정위가 기업들에 부과한 과징금 관련 소송의 패소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유가 있어 보인다. 퇴직자들에게 역할을 주기 위해 과징금을 지나치게 부과했고, 방패막이로 퇴직자를 영입한 기업들이 소송에서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냈다면 또 다른 유착의혹이 제기된다. 공직자윤리위가 오히려 전관예우를 방조하고 있는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