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롯데건설, 김치현 사장 ‘사석위호’ 정신 시험대 될까

권성중 기자
입력일 2016-06-15 15:45 수정일 2016-06-15 16:39 발행일 2016-06-15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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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 본사 압수수색<YONHAP NO-2053>
지난 14일 검찰의 압수수색이 실시된 서울 잠원동 롯데건설 본사에서 직원들이 롯데월드타워 사진이 걸린 로비를 오가고 있다. (연합)

“‘사석위호(射石爲虎)’의 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하자.”

김치현 롯데건설 대표이사는 올해 1월 4일 신년사를 통해 이 같이 강조했다. 사기의 이장군열전에 등장하는 사석위호는 ‘정신을 집중해 혼신을 다하면 어떤 일이라도 이룰 수 있다’라는 의미다.

지난 2014년 롯데건설 대표이사로 임명된 김치현 사장은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을 역임한 ‘전략통’이다. 또 ‘신동빈 체제’에서 가장 신뢰받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런 김 사장에게 극복해야 할 위기가 닥쳤다. 롯데그룹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이 지난 14일 롯데건설을 포함한 계열사 15곳의 ‘2차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 타 계열사와 자산·부동산 거래에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다. 이 과정에서 롯데건설 측은 차량을 동원한 일명 ‘차떼기 증거인멸’까지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바깥이 어지러운 모습이지만, 내부적으로도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들에 직면한 상황이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롯데건설의 소송액은 총 1142억원이다. 또 오는 9월에는 2900억원 상당 회사채 만기일이 도래한다. 최대 4000억원이 넘는 금액이 ‘나갈 돈’으로 책정돼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지난 1분기 기준 이 회사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263억원 뿐이다. 작년 말(5262억원)보다 2999억원이나 줄어든 수준이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공사미수금과 지출이 늘어나며 현금흐름이 악화된 탓이다.

롯데건설은 작년 10월과 올해 2월 각각 1500억원, 2000억원의 회사채 만기땐 보유 현금으로 상환한 바 있다. 그러나 올 9월 만기가 예정된 회사채는 이전보다 상환금액도 큰데다 상환에 사용할 수 있는 현금도 부족한 실정이다.

통상 추가 회사채를 발행해 상환 기간을 연장하는 방식이 활용되지만, 최근 계열사인 롯데칠성이 3000억원, 롯데물산이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생을 전면 취소해 롯데건설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 자금 투입이 불가피 할 듯 보인다.

한편 지난해 롯데건설은 건설경기 호황에 힘입어 1595억원(전년 대비 9.17% 상승)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비교적 ‘무난한’ 한 해를 보냈다. 올해는 수주액 7조6000억원, 매출액 4조7000억원을 목표로 내걸고 사업을 진행중이다.

권성중 기자 goodmatter@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