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롯데 또 골육상쟁, 18만 종업원은 무슨 죄있나

사설
입력일 2016-06-13 15:43 수정일 2016-06-13 17:57 발행일 2016-06-1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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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서열 5위 롯데그룹이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면세점 입점 로비의혹이 제기되면서 검찰의 그룹 오너 자택과 집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이어 횡령과 배임, 내부거래, 탈세, 비자금 조성, 증거인멸에 이르기까지 전방위 조사로 경영은 마비됐다. 신동빈 회장이 부재중인데다 핵심 경영진들의 구속 또는 검찰 수사로 컨트롤타워 마저 풍비박산 상태다.

이에 따라 롯데케미칼의 미국 액시올 인수 계획이 철회되고 호텔롯데 및 코리아세븐 상장은 무산됐다. 롯데리아, 롯데정보통신 등의 잇따른 상장 계획도 틀어질 공산이 커졌다. 액시올 인수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 호텔롯데 등의 상장은 지배구조 개선과 리더십 강화 차원에서 신 회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사안이었다. 수사 범위가 확대되면서 이같은 경영 차질, 투자 중단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와중에 신동주·신동빈 형제간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골육상쟁(骨肉相爭)이 재연되고 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이달 말 열릴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 등 현 롯데홀딩스 임원들의 해임 안건을 요구했다. 한·일 롯데의 ‘원톱 체제’를 굳힌 신 회장의 경영권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해 그 엄청난 혼란을 겪고도 또다시 비리가 불거진데 이어 경영권 분쟁이 재개되면서 롯데는 바닥없이 추락하고 있다. 국민적 비난 또한 극에 달하고 있다. 오너 일가의 부도덕성으로 인해 그룹이 흔들리고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까지 증폭되는 상황은 정말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오너의 잘잘못을 떠나 롯데의 경영 위기는 그룹의 위상을 감안할때 국가 경제에 심각한 손실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무엇보다 18만명에 이르는 롯데 종업원들은 무슨 잘못이 있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