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동남권 신공항, 정치권이 망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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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 2016-06-09 15:19 수정일 2016-06-09 15:21 발행일 2016-06-1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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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을 둘러싼 정치권의 진흙탕 싸움이 지나치다. 오는 25일 전후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특정지역 내정설과 음모설이 함께 나돌고 있다. 밀양과 부산 가덕도 어느 쪽으로 결정되든 영남권이 두 동강 나면서 정계개편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시나리오까지 퍼진다. 경제논리를 잣대 삼아야 할 입지 선정에 정치권이 개입해 과열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그제 “가덕도 유치에 실패하면 시장직을 내려 놓겠다”고 말했다. 대구· 경북 정치인들이 미는 밀양으로 결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식의 불만도 쏟아냈다. 부산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입지 선정 용역이 불공정하다며 불복 움직임을 보인다. 어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가덕도를 방문해 “절차가 객관적이고 공정하다면 부산이 바라는 대로 될것”이라며 동조하고 나섰다.

부산의 반발에 대구·경북 정치권도 빌미를 제공한 책임이 크다. 대구의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에 선물 보따리를 준비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밀양내정설의 근거가 된 발언이다. 총선에서 표를 얻는데 급급한 무책임하고 경박하기 짝이 없는 언사였다.

신공항 건설은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로 경제논리로만 접근해야 하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도 입지 선정 문제는 지금 가장 민감한 정치적 사안이 되고 말았다. 이런 비정상이 따로 없다. 엄정한 심사를 위해 해외전문기관인 ADPi(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에 용역을 맡겼지만 온갖 비방과 중상만 난무한다. 어떤 결정이 내려져도 국론과 지역 분열의 심각한 후유증만 예고되고 있다. 신공항을 정치권이 망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