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대 국회, 법안 쏟아내고 또 나몰라라 할건가

사설
입력일 2016-05-31 15:12 수정일 2016-05-31 15:42 발행일 2016-06-0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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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가 30일 문을 열자마자 의원들의 법안 발의 경쟁에 불이 붙었다. 최초 제출 기록을 세우기 위해 국회 의안과 앞에서 보좌관이 사흘이나 진을 치도록 한 의원도 있었다고 한다. 의안정보시스템에 첫날 접수된 법안만 51건에 달했고, 국회 법제실의 타당성 조사를 끝낸 100여개 법안들도 대기 중이다.

입법이야말로 국회의원들의 고유 권한이니 탓할 이유는 없다. 또 입법에 열심인 것이 의원들의 바람직한 의정 활동이다. 그러나 역대 최악의 오명을 얻은 19대 국회를 반드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마구잡이로 법안을 쏟아냈지만 제대로 마무리도 못하면서 정치권에 대한 혐오와 불신만 부추긴 엉터리 의원입법의 심각한 폐해다.

19대 의원들이 법제실에 제출한 법안 초안은 2만9157건으로 18대의 3배 수준이었는데 발의된 것은 겨우 7881건(27%)이었다. 나머지는 입법 요건조차 갖추지 못한 부실 법안이었다는 얘기다. 또 발의된 의원입법안 1만5444건 중 9809건이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한 채 무더기로 폐기됐다. 무엇보다 가라앉는 경제를 살리고 청년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경제활성화법, 노동개혁 4법 등 정작 중요한 법안들이 정쟁에 휘말려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잘못된 법안은 국민들의 피해로 이어진다. 오죽하면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이 “법 하나에 수십 개의 규제가 붙기 마련인데 의원들의 법안 발의 문턱이 너무 낮다”고 꼬집었을까 싶다. 백번 옳은 지적이다. 법은 결코 함부로 만들어져서는 안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어제 재정지출 법안 발의시 재원조달 방안을 의무화하는 ‘페이고 준칙’의 법제화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노동개혁 4법 등을 20대 국회에서 우선적으로 다뤄줄 것을 건의했다. 그것이 당장 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