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생존·성·안전·성공 4S와 문화코드로 Move Up! ‘왜 그들은 이기는가’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6-04-29 07:00 수정일 2016-04-29 07:00 발행일 2016-04-2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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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금요일] 생존(Survival), 성(Sex), 안전(Security), 성공(Sucess) 4S로 정리되는 인간의 생물학적 본능과 문화 코드 결합해 세상을 해석하는 틀 제시
남녀의 오르가즘으로 설명하는 파충류 뇌의 진화와 인류문화 진화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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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실업 사상 최고치, 경제침체의 장기화, 포기해야할 것이 늘어가는 청춘들 등 2016년 현재의 대한민국을 자조하는 ‘수저 계급론’이 개인에게만 해당되는 개념일까? 

베스트셀러 ‘컬처 코드’의 저자 클로테르 라파이유와 ‘중남미 TED’로 평가받는 ‘아이디어의 도시’ 공동 창립자 안드레스 로머가 공저한 ‘왜 그들이 이기는가’는 국가에도 분명 계급이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원제는 ‘무브 업’(Move Up), ‘상향이동’이다. 단어 자체가 아래와 위가 존재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인류는 ‘상향이동’을 통해 발전했고 진화해 오늘날에 이르렀다. 태초의 인간은 모두 같은 조건에서 시작했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어떤 ‘상향이동’을 거쳤는지에 따라 오늘날의 모습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책은 그 바탕에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가 있다고 주장한다. 생존(Survival), 성(Sex), 안전(Security), 성공(Sucess). 클로테르 라파이유와 안드레스 로머는 4S로 정리되는 인간의 생물학적 본능과 문화 코드를 결합해 세상을 해석하는 틀을 제시한다. 

두 저자의 성을 딴 이동성 지수 R2(Rapaille-Roemer)다. 이동성지수는 상향이동 가능성을 나타내는 지수로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인 4S와 문화코드(Culture Code, C2))의 문화적 변수를 종합한 결과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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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테르 라파이유·안드레스 로머 지음 | 이경희 옮김 | 와이즈베리 출간

이 책이 기획된 것은 2009년 다보스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 였다.

 

이 포럼에서 저자들은 경제지표인 GDP와 인간개발지수(Human Dvelopment Index)의 모호함을 깨닫고 상향이동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전세계 국가들을 취재하고 탐구했다. 

그렇게 만들어낸 것이 이동성 지수다. 저자들은 이 지수로 71개국을 평가·분석해 상향이동 원인을 도출해 냈다. 

1965년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한 싱가포르와 과거 아주 부유했던 프랑스의 현재에 “그들은 어떤 일을 했는가”라는 의문을 제시한다. 

‘안전하고 깨끗한 나라’. 말레이시아에서 독립하면서 故리콴유(李光耀) 싱가포르 총리는 몸도, 마음도, 나라도 깨끗해지고자 했던 단 하나의 문화에 집중했다. 이를 조직화해 통솔함으로서 개인의 상향이동을 끌어내 사회를 변화시켰다. 

지난해 리콴유 총리가 타계하면서 총리에 오른 그의 아들 리센룽(李顯龍)은 ‘컬처&아트’를 주력 미션으로 내걸었다. 문화와 예술의 발전에 총력을 기울이는 그의 정책에 국민들 대부분은 “경제발전에 이어 한 단계 더 나아가는 중”이라고 평가한다는 다수 시민권자들의 전언이다.

이어 책은 욕구와 본능에 충실한 파충류의 뇌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들은 빌 클린턴과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 비행기 추락사고 생존자들의 동료 사체 먹기, 마이클 타이슨의 귀 물어뜯기 등 자극적인 사건들을 예로 들어 2억년 전 인류의 뇌와 유사하다는 이 뇌가 왜 중요한지 그리고 상향이동에 어떤 여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한다. 이들은 모두 파충류의 뇌가 승리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결국 인간의 뇌에서는 언제나 본능에 충실한 파충류의 뇌가 이긴다는 논리다.

하지만 그 파충류의 뇌도 진화한다. 인간이 진화한 속도보다는 수백만년이나 느리지만 분명 속성은 바뀌고 있다. 파충류 뇌의 진화와 인류문화 진화의 차이를 설명하고 속도 맞추기의 필요성을 설파하는 데 여성과 남성의 오르가슴을 예로 드는 것도 재밌다. 오르가슴을 끌어내기가 지극히 까다로운 여자는 더 빨리 흥분돼야하고 너무 빨리 달아오르는 남자는 천천히 흥분돼야 두 사람 모두가 만족스러운 섹스를 할 수 있는 것과 닮았다는 주장이다. 

책은 뇌의 3가지 기본 구조를 다이아몬드에 비유했다. 가공하지 않은 다이아몬드 파충류의 뇌, 다이아몬드 광택내기 변연계, 다이아몬드 가공하기 대뇌피질의 이야기는 불륜과 브라질문화, 비만인구가 증가한 미국 등에 비유한다. 

책은 세 가지 뇌 중 대부분 승리하는 파충류 뇌의 욕구를 본능적 충족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대뇌피질의 도움을 받아 즐거움으로 바꾸는 것을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라고 주장한다. 스타벅스의 성공, ‘감사합니다’라는 각국 언어에 담긴 속뜻 등으로 이 또한 설명한다. 

책은 상향이동을 위해 결정적인 다섯 수를 제안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3의 무의식과 문화코드를 분석한다. 그리고 저자들은 실제 71개국을 분석해 생물학적 본능인 4S의 지수를 도출했다. 이를 통합한 생물논리 지수와 문화코드 지수, 이동성 지수 상위권에는 스위스, 캐나다, 미국, 싱가포르, 독일, 노르웨이 등이 포진해 있다. 그리고 한국은 17위다. 경제·문화적으로 선진국인 프랑스, 중국, 일본 등보다 높다.  

수학적이고 산술적인 지수 도출에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수도출 과정에서 고스란히 모습을 드러내는 어느 나라의 어떤 문화가 상향이동에 도움이 되는지에 집중하면 꽤 흥미롭다. 그들은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전문가 두 사람이 만들어낸 지수에 의한 분석일 뿐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늘 하나를 얻기 위해 어떤 것을 포기해야하는 순간을 맞는다. 완벽한 선택은 없다. 하지만 상향이동을 위한 최선의 선택은 분명 존재한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버릴지 역시 자신의 몫이다. 파충류의 뇌가 시키는대로 하지만 대뇌피질의 활약 역시 무시하지 않는 선에서 선택을 하면 된다. 1만 4000원.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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