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문안通] 후쿠시마와 세월호

브릿지경제
입력일 2016-04-12 16:49 수정일 2016-04-12 16:49 발행일 2016-04-1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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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2011년 사고 당시 원자로 내 핵연료가 녹아내린 상황을 의도적으로 축소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당시 도쿄전력은 이른바 ‘노심용융(멜트다운)’ 상태를 판단할 기준이 없다며 사고 후 수개월간 노심 ‘용융’이 아닌 ‘손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2일 교도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도쿄전력 대변인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노심 용융의 기준을) 나 자신은 인식하고 있었다”고 실토한 것이다. 당시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 원전의 멜트다운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한 채 사고를 축소·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만한 대목이다.

문제는 도쿄전력의 은폐·축소가 남긴 후유증이다.

이미 2011년 후쿠시마현 내 거주하는 어린이 45% 가 갑상선에 피폭을 당한 것이 확인됐다.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올해 후쿠시마 원전 폭발 5주년을 맞아 일본 동북지방을 탐사한 결과 사고 후 5년이 지났지만 후쿠시마에서 50km 떨어진 산림 96%에서 일본 정부가 목표로 하는 방사능을 초과한 수치가 나왔다며 후쿠시마의 오염이 오히려 더 심화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방사능 수중기에 노출돼 변종된 희귀생물, 기형으로 자라고 있는 다양한 돌연변이 동물들이 발견되면서 일본 사회에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후쿠시마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국민의 안전을 맡고있는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잠깐의 방심과 소홀, 도덕적 해이가 수십, 수 백명의 생명에 위협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 2주기’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당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이 살아있었다면 오늘 첫 투표를 했을 것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 사회 역시 후쿠시마의 사례를 남의 일이라고 웃어 넘길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세월호와 후쿠시마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국민의 안전과 관련해 소홀하거나 미흡한 것이 없는 지 다시 되돌아 봐야 할 때다.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