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기다리던 아이를 임신했다. 회사의 시선은 따갑다. 회사 전통을 들먹이며 “그냥 퇴사해라”는 압박에 시달린다.
A씨가 퇴사하지 않고 버티자 회사는 A씨 주변인들에게 A씨와 말도 섞지 말 것을 주문했다. 제 풀에 지쳐 퇴사하도록 조장하는 것이다.
여느 회사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나라에서는 아이 좀 낳아라 닦달하면서 왜 기업문화는 달라지지 않고 있는 걸까. 먼저 회사 출산과 육아제도를 살펴봐야겠다.
출산휴가란 임신과 출산 등으로 인해 소모된 체력을 회복시키기 위해 휴가기간을 부여하는 제도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출산전후 90일을 지정하고 있다. 단 출산 후 45일 이상을 확보해야한다. 출산휴가는 유급이다.
만약 출산예정일이 미뤄지는 등 불가피하게 출산 전 45일 이상을 사용했더라도 출산 후 45일은 보장해줘야 한다.
육아휴직은 만 8세 이하 자녀를 가진 근로자라면 자녀 양육을 위해 최소 30일 이상 육아휴직을 부여받는다.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매월 통상 임금 40%를 받을 수 있다. 육아휴직은 남성도 사용할 수 있다.
이제 문제는 복귀다. 휴직 후 회사복귀에 소극적인 여성이 많아지고 있다. 회사내부 문제, 개인 사정 등 복합적이다.
현재 육아휴직 후 직장에 복귀하지 않거나 1년 이내에 퇴사하는 근로자가 약 40%다. 여성가족부에서는 이를 방지코자 ‘육아휴직 복귀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육아휴직자에게 필요한 노무 및 육아정보, 경력제고 방안 및 직장복귀 전략 등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출산과 육아로 회사 복직에 어려움을 겪는 이른바 ‘경력단절녀’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직접 수강하기 힘든 여성을 위해 온라인 동영상 강의가 준비돼 있다.
강의 내용은 △모성보호제도 바로 알기 △출산전후 건강관리 정보 알아보기 △보육정보 알아보기 △커리어 유지하기 △가족관계 잘 만들기 △직장관계 잘 만들기 등이다.
정말 온라인강의로 출산여성 회사 복직이 쉬워질 수 있을까? 한 아기 엄마는 SNS에 ‘출산휴가 후 복직을 위한 준비’라는 글을 올렸다.
△아이를 돌봐줄 양육자를 찾는다 △슈퍼맘이 되기를 포기한다 △직장을 다니는 목적을 설정한다 △가정경제 목표를 설정한다를 주요 골자로 한다. 댓글 100여개가 달렸다. 모두 공감한다는 내용이다. 그 중 결국 퇴사를 결정했다는 댓글도 눈에 띈다.
4가지 중 여성가족부의 인터넷 강의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엄마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온라인 강의가 아니다.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기업문화도 문제다. 엄마들이 회사로 돌아갈 준비를 마쳤다고 해도 회사에서 받아주지 않으면 큰일이다. 나라가 할 일은 엄마들이 아닌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다.
저출산이 심각하다.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현실이다. 바람직한 기업문화, 현실적인 정부대책을 기대해본다.
박민지 기자 pmj@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