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못하고 일찍 은퇴하고…창업자 지식산업센터 ‘눈독’

박선옥 기자
입력일 2016-03-21 14:33 수정일 2016-03-21 14:36 발행일 2016-03-22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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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디지털단지
대표적인 지식산업센터 밀집지역인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전경.(사진=다음 로드뷰)

취업을 못하는 20~30대 청년층과 이른 은퇴로 또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40~50대 중년층의 창업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지식산업센터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일반 오피스에 비해 매매가(분양가)가 저렴하고 세제혜택까지 받을 수 있어 저렴하게 사옥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것이다.

21일 중소기업청 자료에 따르면 작년 전국적으로 30세 미만이 신설한 법인의 수는 4986개로 1년 전(3885개)에 비해 28.3% 증가했다. 30대도 이 기간 1만8921개에서 2만418개로 7.9% 늘었다. 취업이 안 될 바엔 차라리 자기사업을 하겠다는 2030세대가 많아진 셈이다.

은퇴 시기가 빨라진 40~50대도 창업에 적극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은 뒤 올 1월 신설법인(8210개)의 37.04%인 3041개가 40대가 차린 곳이었다. 다음으로 50대가 만든 법인이 2197개로 26.76%를 차지했다.

40대 창업의 경우 도소매업이 597곳으로 가장 많았지만 지식산업센터에 입주할 수 있는 제조업도 575곳으로 뒤를 이었다. 또 50대는 제조업이 501곳(22.87%)으로 비중이 가장 높았고, 30세 미만 역시 35.5%가 제조업·영상정보서비스업·과학기술서비스업 등에 도전했다.

지식산업센터가 밀집한 서울 구로구 인근 D부동산 관계자는 “구로디지털단지 내 IT기업들이 집약돼 있다 보니 20~30대 젊은 사람들이 문의를 많이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지식산업센터만을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D중개업소 관계자는 “인근 스마트밸리의 경우 680여 개 기업의 입주가 완료됐고, 이 중 80% 이상이 40~50대 계약자”라며 “대기업에 다니다 명퇴한 사람들 사이에 창업붐이 불면서 분양도 다 됐다”고 설명했다.

지식산업센터의 경우 입주업종의 제한이 있어 아무나 거래를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창업자들이 찾는 이유는 저렴한 가격이 가장 크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서울지역 지식산업센터 3.3㎡당 평균 매매가는 614만원으로, 주요 도심 오피스(1100만~1800만원) 가격의 2분의 1에서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분양가 도 중소기업 육성을 목적으로 짓는 건물이다 보니 일반 오피스보다 저렴한 게 대부분이다.

무엇보다 분양 받는 입주 업체는 지방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올해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취득세와 재산세를 각각 50%, 37.5%를 감면 받는다. 또 분양가의 70%까지 저리의 정책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최근 들어 연령대에 맞춰 젊은층이 선호하는 곳은 커뮤니티에 신경을 쓰고, 제조업 입주문의가 많은 곳은 그에 맞는 동선과 시설 등을 갖추는 등 맞춤형 지식산업센터가 등장한 것도 창업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인천 남구 주안국가산업단지 내 주안제이타워 분양 관계자는 “제조업 특화시설로 드라이브 인 시스템을 적용해 작업차량의 접근성을 높였다”며 “작년 12월 분양을 시작해 현재까지 80%의 계약률을 올렸는데, 기계·금속이나 인쇄업 등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H비즈니스파크 분양 관계자도 “로비라운지, 전망 엘리베이터, 중정형 조경, 서비스 발코니 설계, 스트리트 상가 등 편리하고 쾌적하게 설계해 2030세대의 반응이 좋다”고 밝혔다.

박선옥 기자 pso982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