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ISA, 과당 경쟁과 실효성 도마 올라

이채훈 기자
입력일 2016-03-20 11:25 수정일 2016-03-20 17:24 발행일 2016-03-20 6면
인쇄아이콘
불완전판매 논란에 과당 경쟁 주춤, 실적 우위 일부 은행은 ‘역풍’ 우려
은행 평균 가입액 31만원, 증권사의 305만원에 비해 10분의 1 수준
금융권 일각 “ISA, 펀드 투자자 관심 많지만 서민층은 가입 여력 없을 듯”
30

지난 14일 출시한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가입자수가 60만명에 육박하고 있지만 실적에 비해 내실이 부족하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현재 ISA 누적 가입자수는 58만6281명이다. 그중 은행에서 가입한 사람이 55만3423명(94.4%)이다. 하지만 은행에서 ISA에 가입한 사람들의 평균 가입액은 31만원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증권사 ISA 가입액은 997억원으로 전체 가입액 2714억3000만원의 36.7%를 차지했다. 특히 증권사의 가입자 1인당 ISA 가입액은 평균 305만원으로 은행(31만원)의 10배에 달했다.

결국 가입자수 채우기 경쟁에 나선 은행의 ISA 계좌 상당수가 가입액이 1원에서 1만원에 불과한 깡통계좌인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할당량을 채우려고 미리 받아둔 예약 고객은 출시 첫 주에 소진됐다”며 “사실상 투자액이 없는 깡통계좌 개설은 점점 줄고 있다”고 말했다.

실적 중심의 초기 판매 때문에 ISA 불완전판매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불완전판매 우려가 제기되면서 은행의 과당 경쟁이 가라앉은 분위기”라며 “ISA 출시 초반 가입자수 유치 실적이 좋았던 일부 은행은 문제에 휩싸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 누리꾼은 이와 관련해 “모 은행에서 회사까지 찾아와 ISA 가입을 권유하는 설명회를 열었다”며 “(가입을) 강요하지는 않았지만 그리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서민재산 늘리기라는 ISA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A은행에서 ISA 관련 상담을 받고 나온 한 시민은 “서민재산 늘리기를 내세웠지만 정작 주 타깃층은 ISA에 가입할 여유가 없을 것”이라며 “고액자산가들도 굳이 ISA에 돈을 맡기지는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고객의 소득 수준 등을 감안해 가입하는 것이 좋다”며 “경우에 따라 ISA보다 적금 상품 등을 드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ISA는 기존에 펀드 투자를 많이 했던 사람들의 관심이 큰 편”이라며 “그 외 고객들은 ISA 가입에 대해 관망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이채훈 기자 freei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