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국의 한국기업 사냥, 성장동력까지 흔든다

사설
입력일 2016-03-15 15:00 수정일 2016-03-15 15:45 발행일 2016-03-1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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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의 한국 기업 인수합병(M&A) 규모가 지난해 사상 최대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어제 내놓은 ‘중국 M&A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다. 지난해 중국의 한국 기업 M&A는 전년대비 3배 증가한 33건, 거래규모 또한 128% 늘어난 19억3000만달러에 이르렀다.

M&A 대상도 제조업 중심에서 보험, 엔터테인먼트 등 서비스산업으로 바뀌었다. 2014년까지만 해도 M&A의 절반 이상이 반도체, 컴퓨터 등 제조업이었으나 지난해에는 33건중 24건이 서비스기업이었다. 동양생명보험, 엔터테인먼트업체인 초록뱀미디어와 씨그널그룹, 소프트웨어(SW)업체인 레드로버와 엠제이비 등이 지난해 중국에 넘어간 주요 기업들이다.

문제는 우리 기업들이 너무 손쉽게 중국의 사냥감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기업들은 기술력은 높으면서 기업가치가 낮은 한국 기업을 집중적인 인수 대상으로 삼고 있다. 반면 우리 기업들은 각종 규제와 좁은 내수시장에 갇혀 설 땅을 잃고 있다. 특히 영세기업 일색인 SW업계, 셧다운제와 웹보드 게임규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게임산업, 엔터테인먼트 등 문화콘텐츠 기업들이 중국 자본의 공략에 쉽게 노출될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들 서비스산업은 한류(韓流) 확산을 기반으로 우리 수출의 새로운 돌파구로 삼아 집중 육성해야할 분야다. 그런데도 유망기업들이 겨우 수백만∼수천만달러에 통째로 중국에 먹히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주력 제조업에서 중국으로의 기술유출이 문제였지만 이제는 서비스산업까지 중국 자본의 탐식(貪食)으로 아예 경쟁력을 잃고 말 위기인 것이다.

중국 M&A가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까지 갉아먹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안정된 경영기반을 갖출 수 있게하는 규제 철폐, 국내 기업간 M&A를 촉진하는 지원방안 등 확실한 대책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