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수성가 부자없는 한국, 기업가정신의 실종

사설
입력일 2016-03-14 15:37 수정일 2016-03-14 15:38 발행일 2016-03-1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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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억만장자 중 상속부자 비중이 세계 67개국 가운데 5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E)가 지난 20년동안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실린 억만장자를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서다. 자산 10억달러 이상 부자 가운데 상속자 비율에서 한국은 2014년 74.1%로 세계 평균 30.4%의 2배를 훨씬 웃돌았다.

PIE는 재벌중심의 경제구조와 자본시장 미성숙, 안정된 직장을 선호하는 사회분위기의 탓으로 풀이했다. 부(富)의 세습을 둘러싸고 ‘흙수저 금수저’ 논란이 끊이지 않는 한국 사회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주목해야할 대목은 따로 있다. PIE 조사에서 선진·신흥국을 통털어 상속부자의 비율은 계속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자수성가 부자는 1996년 44.7%에서 2001년 58.1%로 상속부자를 앞질렀고 2014년에는 69.6%를 차지했다. 한국이 부의 세습만을 탓하는 동안 바깥 세상에서는 IT(정보기술)창업, 금융으로 부를 쌓은 신흥부자가 대거 출현하면서 다음 세대에게 꿈을 키워주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기업가정신의 실종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 기업가정신은 미래 불확실성과 높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주도적으로 기회를 포착, 도전을 통해 신제품이나 기술개발 등 혁신가치를 창출하는 역량이다. 과거 왕성한 기업가정신이야말로 우리 경제의 기적을 이끈 동력이었고, 부(富)를 창출하는 원천이었지만 그 엔진이 급속히 꺼지고 있다는 얘기다.

부자가 되려는 꿈, 창업으로 우뚝서려는 젊은 세대의 의지가 부족한 나라의 경제에 희망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족쇄가 있다면 풀어주고 창업의 힘을 북돋울 지원책은 더 보강해야 한다. 그것이 새로운 부자를 만들고 우리 경제를 살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