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락에 거짓 신고까지… 못 믿을 미분양 통계

박선옥 기자
입력일 2016-03-03 15:40 수정일 2016-03-03 17:34 발행일 2016-03-0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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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마제
분양 2년이 다 돼 266가구의 미분양을 신고한 서울 성동구 성수동 트리마제 투시도.

작년 12월 말 전국 미분양주택이 전월 대비 23.7% 증가한 가운데 서울만 105.0% 늘었다. 성동구 성수동 ‘트리마제’ 아파트에서 신규 미분양이 갑자기 발생한 게 영향을 미쳤다. 트리마제는 2014년 3월 공급됐지만 그동안 미분양 신고가 이뤄지지 않아 통계 밖에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에야 전체 가구수(422가구)의 절반이 넘는 266가구가 미분양으로 등장한 것이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각 지자체와 국토교통부에서 매달 공동주택 미분양 현황을 파악하고 있지만 정작 제대로 된 집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미분양 통계는 각 지자체가 건설사로부터 정보를 받아 국토부에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의무사항이 아니다 보니 미분양 가구수를 고의로 누락해 거짓으로 신고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실제, 서초구의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과 ‘반포 래미안아이파크’은 인터넷 포털사이트만 검색해도 미분양된 사실을 알 수 있지만 1월 말 기준 서울시 업체별 미분양 현황엔 포함되지 않았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실적은 회사에서도 아는 사람이 정해져 있을 정도”라며 “내부 관계자조차 알기 힘든 정보인데, 사실대로 보고할 법적 의미도 없는 지자체에 제대로 신고할 곳이 얼마다 되겠냐”고 귀띔했다.

다시 미분양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은 애프터리빙 단지들은 아예 신고 기준조차 없는 실정이다. 이들 단지는 건설사와의 약정기간이 끝난 뒤 계약자가 계속 거주할 지를 결정하기 때문에 언제든 미분양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지난해 GS건설이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애프터리빙제로 판매한 ‘메세나폴리스’의 경우 약정 기간이 끝난 뒤 220가구 중 물 80여 가구가 계약을 포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산 위시티 자이’, ‘일산 위브더제니스’ 등 애프터리빙제가 적용된 대부분 단지들이 지자체 미분양 현황에는 빠져 있다.

전세로 세입자만 들인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한화건설이 김포 풍무5지구에서 분양한 ‘김포 풍무 유로메트로1차’는 오는 5월이면 전세계약이 끝나지만 경기도 미분양 현황에선 찾아볼 수 없다.

미분양 통계는 매달 국토부가 발표하는 주택 인·허가, 착공, 분양 실적과 함께 주택 수급상황을 알려주는 지표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특히 미분양 가구수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공급과잉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라는 점에서 무엇보다 정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인·허가, 착공, 분양 실적은 공급지표지만 미분양 실적은 수요지표”라며 “미분양 정보에 따라 수요자의 반응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보다 통계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선옥 기자 pso982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