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 장기화, 돈 맡길 데가 없다

이채훈 기자
입력일 2016-02-29 13:16 수정일 2016-02-29 18:27 발행일 2016-02-2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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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은 물론 저축은행도 수신금리 잇따라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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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등이 수신금리를 잇따라 낮추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 예·적금 등 대부분의 수신금리를 0.1%포인트씩 인하했다.

‘국민수퍼정기예금’ 3년 만기상품은 연 1.50%에서 연 1.40%로, ‘KB말하는 적금’ 3년 상품도 연 2.0%에서 연 1.9%로 내렸다.

하나은행도 ‘행복 투게더 적금’ 1년 만기상품의 금리를 연 2.00%에서 연 1.90%로 내리는 등 최근 정기예금과 적금 금리를 0.1%포인트 정도 인하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지난해말과 대비해 지속적으로 내려가고 있어 수신금리 인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금리를 내리면서 우리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들도 금리 인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오는 3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에 따라 수신금리 인하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신금리 인하에 나선 것은 제2 금융권인 저축은행도 마찬가지다.

29일 현재 저축은행중앙회에 등록된 1년 정기예금 상품의 평균 금리는 연 2.01%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저축은행 1월 평균금리 연 2.34%에 비해 0.33%포인트 낮다.

저축은행 평균 예금금리는 지난해 1월 연 2.69%에서 시작해 상반기 내내 하락을 거듭하다가 지난해 10월에는 연 2.14%까지 내려앉았다.

지난해 12월에는 저축은행들이 고금리 상품 특별판매에 주력해 금리가 연 2.47%까지 상승하기도 했지만 올 들어서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조만간 저축은행 평균 예금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연 1%대로 주저앉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 강원저축은행과 대아저축은행(각각 1.71%) 등을 비롯한 20여개 저축은행은 이미 1%대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현상의 장기화로 최근에는 예금을 받더라도 마땅히 돈 굴릴 곳이 없다”며 “고금리로 고객을 모을 이유가 없어 저축은행도 더는 고금리를 유지할 수 없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는 3월 10일로 예정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3월 기준금리 결정은 금융권의 수신금리 변화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지난달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의 여력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언급한 점을 감안할 때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저금리 시대에도 은행과 저축은행 모두 지난해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둔 것을 감안하면 지금의 수신금리 인하는 지나친 ‘몸사리기’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채훈 기자 freei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