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개선 저축은행, 예금금리는 더 내려

이채훈 기자
입력일 2016-02-29 10:17 수정일 2016-02-29 10:17 발행일 2016-02-29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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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79곳, 지난해 하반기 순이익 총 3781억원…전년동기대비 크게 증가
예금금리는 평균 연 2% 붕괴 직전…저축은행 20여곳, 이미 연 1%대 금리 적용
저축은행 “예금 받더라도 마땅히 굴릴 곳 없다”…지난해말 특판 실적도 영향
부실사태를 딛고 일어나 최근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는 저축은행이 정작 예금금리를 내리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급격히 내려가 연평균 2%선 붕괴 상황에 바짝 다가섰다.

29일 현재 저축은행중앙회에 등록된 1년 정기예금 상품의 평균 금리는 연 2.01%로 집계됐다. 이는 한국은행이 발표한 저축은행 1월 평균금리 연 2.34%에 비해서도 0.32%포인트 낮다.

저축은행 예금금리는 지난해 1월 평균 연 2.69%에서 시작해 상반기 내내 하락을 거듭하다 지난해 10월에는 연 0.55%포인트가 떨어진 2.14%까지 주저앉았다.

때문에 조만간 저축은행 예금금리가 사상 처음 평균 연 1%대로 주저앉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 강원저축은행(연 1.71%)이나 대아저축은행(연 1.71%)을 비롯한 저축은행 20여곳은 이미 연 1%대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최근 저축은행들은 지난 2011년 대규모 영업정지 사태의 어려움을 딛고 2014 회계연도(2014년 7월~2015년 6월) 들어 흑자로 전환했다.

금융감독원이 29일 공개한 지난해 하반기(7~12월, 회계상 결산기준 12월말로 변경) 영업실적(잠정치)를 보면 국내 저축은행 79곳이 벌어들인 순이익은 총 3781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805억원)에 비해 1976억원이나 늘어난 것.

판매관리비가 전년동기대비 760억원 늘었고 비이자손실도 증가했지만 대출금 증가로 이자이익이 3047억원 늘어나 순이익 증가를 이끌었다.

자산, 건전성 지표도 개선됐다. 지난해 12월말 현재 저축은행권 총자산은 43조 9000억원으로 6개월전보다 3조 7000억원 늘었다. 연체율은 9.3%로 6개월전보다 2.3%포인트 하락했고, 부실채권비율을 나타내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0.2%로 6개월전보다 2.2%포인트 떨어져 개선세를 보였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4.33%로, 6개월전보다 0.04%포인트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되고 있는 예금금리 인하는 저축은행의 지나친 ‘몸사리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장기화되고 있는 금융권 전반의 저금리 현상을 꼬집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금을 받더라도 최근에는 마땅히 돈을 굴릴 곳이 없다”며 “고금리로 고객들을 불러모을 이유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지난해말 예상을 뛰어넘는 특판 실적으로 고금리 예금 가입자가 크게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2월 저축은행들은 고금리 상품 특판에 주력해 12월 예금상품 평균금리가 연 2.47%까지 급등한 바 있다. 지금의 금리 인하 현상은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저축은행의 고육책이라는 것이다.

대부업법 개정에 따라 대출 최고금리가 연 34.9%에서 연 27.9%로 낮아지면서 예대마진 축소를 우려한 저축은행들이 예금금리 인하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이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연 27.9% 이상의 고금리로 개인신용대출을 하는 저축은행은 10여곳에 불과하다”며 “대부업법 개정이 예금금리 인하에 준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대출 최고금리 인하 조치, 다른 업권과의 경쟁 등 잠재 위험요인에 따라 저축은행의 건전성과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으므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채훈 기자 freei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