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19대 국회에 거는 마지막 기대

박운석 기자
입력일 2016-02-16 15:37 수정일 2016-02-16 15:41 발행일 2016-02-1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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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운석 산업부장

자공(子貢)이 정치(政治)가 무엇이냐고 스승 공자(孔子)에게 물었다. 공자는 “식량을 풍족하게 하는 것, 군비(軍費)를 넉넉하게 하는 것, 백성들에게 믿음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공이 또 물었다. “어쩔 수 없이 한 가지를 버려야 한다면 어느 것을 버려야 합니까? ” “군대를 버리면 된다.” 자공이 또 여쭈었다. “또 한 가지를 버려야 한다면 어느 것을 버려야 합니까? ” “식량을 버리면 된다.” “먹지 못하면 죽을 수 있지만 죽음은 모두에게 있는 것, 백성들의 믿음을 얻지 못하는 나라는 존립조차하지 못한다.”

공자가 말한대로라면 지금의 정치는 정치가 아니다. 백성들이 배부른 것도 아니고, 연 37조원에 달하는 국방비를 써도 북한의 핵(核) 위협조차 막아내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정치권의 신뢰는 바닥난지 오래다.

지난달 6일 북한이 제4차 핵실험에 이어 한 달여만에 광명성 4호를 발사한 뒤 남북간 긴장은 극으로 치닫고 있다.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일촉즉발의 위기감마저 감돈다. 북한의 추가도발과 대남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한반도의 사드배치문제가 다시 점화되었고 이를 놓고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면서 한반도는 이제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결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포성과 화염만 없을 뿐 한반도의 시간은 60여년전 이 땅을 피로 얼룩지게 했던 ‘냉전(冷戰)시대’로 되돌아가고 있다.

지정학적리스크는 늘 있어왔지만 이번엔 왠지 심상찮은 분위기다. 언제 어디서 ‘코리아디스카운트’로 이어질지 조마조마할 정도다. 더욱이 무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가 14개월째 수출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 걱정이다. 또 국내 20대 주력기업 가운데 13개사가 작년 매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1조원이상 대형적자를 낸 기업도 6개사에 달했다고 한다. 우리 경제는 새해들자마자 글로벌 경기둔화에 저유가·저금리 여파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여기에 대북리스크까지 겹쳐져 이른바 ‘칵테일 효과’까지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경제와 안보, 정치까지 흔들리는 ‘삼중고’에 시달린 적도 흔치 않았던 것 같다.

안보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역시 경제다. 미친 개는 짖어도 열차는 달려야 한다. 낡아버린 성장엔진을 리모델링해 야하고, 구조개혁을 통한 체질개선도 서둘러야 한다. 경제는 ‘심리’와 ‘타이밍’이라고 한다. 민생과 경제활성화를 위한 쟁점법안들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되어야 한다. 이번에도 물 건너가면 ‘골든타임’을 놓치고 석 달 가까운 공백기를 보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국회연설을 통해 국민 단합과 국회의 단일된 힘을 주문했다. 이를 계기로 ‘상대방 흠집내기’로 일관된 정쟁(政爭)이 종식되었으면 한다. 남의 나라 일인데도 미국과 일본, 유럽 등이 신속하고 통일된 대북메시지를 내고 있는데 당사자인 우리는 앉아서 삿대질이나 하고 있어서 될 일인가.

이제는 국회가 화답을 할 차례다. 2월 임시국회는 4·13 총선 전에 열리는 사실상 마지막 국회다. 대통령도 국회연설로 끝날게 아니라 야당 지도부와도 소통하며 ‘불통’의 이미지를 씻어야 한다. 분열된 국론을 결집하는 것은 정치인의 몫이다. 우리는 국난에 대동단결하는 ‘민족 DNA’를 갖고 있다. 구국의 결단으로 여야간 ‘2월 대타협’을 기대해본다.

박운석 산업부장 pe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