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계1위 제품 한국 64개, 중국 1610개의 위기

사설
입력일 2016-02-15 15:05 수정일 2016-02-15 15:06 발행일 2016-02-1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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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한국인들에게 중국 기업은 저급 기술의 값싸고 조악한 공산품을 만들거나 짝퉁 제품으로 시장을 흐리는 부정적 이미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한국 기업의 첨단 신기술과 고급 인력을 빼돌려 한국을 추월하려는 존재로 비치기까지 한다. 중국의 급속한 추격에 대한 산업계의 위기감과 막연한 우월감이 얽힌 인식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그제 내놓은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자료는 우리가 얼마나 안일한 생각에 젖어 한국과 중국의 완전히 뒤바뀐 위상을 외면하고 있는지 여실히 증명한다. 우리가 세계 1위인 제품은 2014년 64개로 2005년의 59개에서 10년동안 5개 늘어나는데 그친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동안 세계 1위 제품이 932개에서 1610개로 급증했다. 한국이 고작 5개 늘린 사이 중국은 무려 678개나 추가한 것이다. 중국이 2005년 세계 1위 제품 최다 배출국으로 올라선 이후 10년간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데 한국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문제는 앞으로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국이 1위인 64개 제품중 중국이 2위인 품목은 17개이고, 이마저 9개는 점유율 격차가 10% 이내로 좁혀졌다. 각종 규제와 고임금에 발묶인 한국기업들이 고부가가치의 신기술과 신상품으로 내놓지 못하고 있는 사이 세계 1위 제품수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는 게 이미 현실이다.

우리 1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5% 급감한데 이어 2월에도 감소폭은 더 커지고 있다. 수출전선 붕괴의 위기가 코앞에 닥친 상황을 정부와 기업은 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는 수출 돌파구를 마련하는데 경제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 하고, 기업은 정신 바짝차리고 시장지배적 신제품 창출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여전히 한국 경제를 먹여살리는 밥줄은 수출 밖에 없는데 그 수출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